하늘 보며 하루를 사랑으로

물의노래/사랑안에거닐라 773

올바름을 향해 걷고자 하는 이들의 하느님께

동기들을 만났다.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한 사람이 자기 얘기를 끝없이 이어갔다.요즘 아주 고통스런 날들, 출구가 보이지 않는 하루한순간을 보내고 있는 친구다. 얼마전부터 꼭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친구를 위한 것도 있지만, 나로서 어떤 의무 같은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내심 조바심이 있었는데, 어제 장례미사 후에 만날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생각지 못하게, 수녀님 한 분이 돌아가신 것이다. 수녀님이 돌아가시는 것은 우리가 계획할 수 없는 일인데.... 식사를 하면서, 걸으면서, 차 안에서.... 그 친구는 줄곧 황당하고 힘겨운 날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열심히 들었다. 한숨만 나왔다. 답답했다.그런데 친구 내면에 가녀리지만 살아있는 '힘'이 느껴졌다.어쨌든 주저앉지..

공들이기

계정 진입을 어떻게 하더라... 찾았다!! 지금 날이 흐리다. 월피정 하는 날인데 갑자기 연락을 받고 나갔다.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방학 중 한 번은 꼭 밥 한 끼 챙겨주는 자매님이다.시간이 넉넉지도 않은 사람이 기회가 생겨 연락을 했다고 한다.소소한 이야기를 하면서 점심 한 끼 나누었다. 고맙다. 그냥 스쳐지나갈 경우가 아니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일단 긴장되는 일이다.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긴장감이 풀어지고 친숙한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간혹 더 팽팽하게 긴장감이 더해 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좋거나 나빠서는 아닌데,  대하기 어려운 상대가 있는 법.아마 서로가 그럴 수 있므로 가능하면 마음의 거리를 둔다.하지만 며칠 전 예기치 않게 그런 마음이 표출된 일이 있었다.오랜만에 ..

오랜만

블로그를 비운지 5개월이 됐다.많이 바빴다.당분간 비우기로 처음부터 마음 먹었던 일이다. 한 학기를 무사히 마치고 방학을 했는데, 그 후로도 두 주간이 지났다.2주 동안 뭐했나.... 그냥 후딱 지났다.아, 특별한 일도 있었다.몇달 동안 벼루었던 친구 방문도 했고,공동체 자매들과 물놀이도 다녀왔다. 2학기를 준비할 생각으로 개인적인 일들은 겨울로 미루고 꼭 해야 할 것만 하기로 했다.방학을 마치려면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아 있는데,마음의 달력에는 딱히 그렇지도 않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이다.  앞만 보고 질주하듯 했지만, 한 학기를 지나왔으니 그것을 경험으로 마음 놓을 법도 한데,오히려 지나온 시간들이 더 나를 재촉하는지도 모른다. 날은 무섭게 덥다.선풍기는 제가 후덥지근한 바람을 뿜어내는지 아랑곳하지 ..

새 공동체에서

자리바꿈한지 일주일이 채 못된다. 하지만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것 같다. 적응이 벌써 끝났기 때문은 아닐 것이고, 이곳에 오자마자 할 일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기 때문일 것이다. 장소도, 사람도 처음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떠났다가, 헤어졌다가 다시 마주하면 새로운 마음으로 접해야 한다. 세월은 흐르고 모든 것은 매순간 변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편안하게 느껴진다. 총원 성당에 미사하러 이른 새벽에 몇걸음 걷는 것도, 한낮의 햇빛을 쪼이면서 너른 정원을 산책하는 것도, 시간경을 챙겨서 할 수 있는 것도, 밤이면 담밖 가로등과 찻집의 불빛들을 친구삼아 마당을 빙빙 돌며 세상을 위해 기도하는 것도, 각 공동체에서 생활하고 있는 벗들을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것도, 동기들 소임처와 더 가까운 곳이라는 것도, 내 어..

비우면서 살자

인수인계를 위해 언제언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필요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마음이 당기질 않는다. 그래도 가야겠지. 여기 지금 있는 곳에서는 떠나고 가야 할 곳 거기에는 가지 못해 붕~ 떠있는 느낌이다. 집안 구석구석 정리하고 청소하며 간간이 성경관련 책을 읽으며 지내고 있다. 인수인계 위해 출타할 때 동행해 주겠다는 자매님이 있어서 가는 길에 가져가려고 부랴부랴 짐을 두어개 꾸렸다. 움직이는 길에 파일 정리를 했다. 내 소유가 아니라 전임자가 남기고 간 것인데, 이곳에 온 첫날부터 외면해왔던 것들이다. 만들 때는 필요해서 했을텐데, 필요가 없어졌으면 본인이 처리를 하고 가야했다. 도대체???? 나도 나몰라라 그냥 책꽂이에 꽂아놓고 가면 그만일지도 모르나, 그럴 수는 없다. 파일에 꽂혀있는 복사용지를 ..

사랑한다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어제 밤에 내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방 안은 어둡고 나는 침대 위에 있다. 누군가 내 방에 들어와서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검은 형체다. 나는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지만 도대체 소리가 나질 않는다. 다시 온 힘을 다 해 소리를 질렀다. 폐부에서부터 큰 소리가 올라왔다. 나가! 나는 잠 속에서도, 내 소리가 엄청 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옆방의 동생이 깨겠다는 염려까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으나... 눈을 떠야겠는데 떠지질 않는다. 몸도 움직여지질 않는다. 정말 누군가 있는지 확인해야겠기에 있는 힘을 다 해 눈을 떴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보는데, 아무도 없다. 이런 걸 가위 눌리는 거라고 하지 싶다. 아침에 동생에게 말을 했더니, 그렇잖아도 어제 깜짝 놀랐다고 한다. ..

봉헌축일에

2-24.2.2 봉헌축일 매일미사 묵상에 기재된 내용. 봉헌은 단순히 어떤 결심이나 서원과는 다른 더 근본적인 행위입니다. 결심은 어떤 일을 하겠다고 앞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 하느님을 향하려는 결심도 있지만, 결심이라는 행위 자체는 결심한 것을 향하여 '나'를 잘 가다듬고, 결심한 바를 실천으로 옮길 '나'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나' 자신에게 집중합니다. 그러나 봉헌은 '나'에게서 벗어나, '봉헌받는 분'에 집중하는 것이고, 마음이 '나'에게서 떠나 '다른 분'에게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서원은 자신에게 엄격한 '의무'를 부과하면서, 하느님께 특정한 일을 하겠다는 '약속'입니다. 물론 그 약속의 궁극적 목적이 자신을 하느님의 사랑에 맡기는 봉헌이 될 수는 있겠지만, 서원 자체는 어떤 객관적인 일을 하..

사람 사는 집

사람 사는 집에 사람이 오는 것, 당연하고 자연스럽고 또 그래야 한다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물건너간 생각이고 특히, 코로나19 이후로는 '가정방문'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져가는 세태다. 한 생명이 태어나고 떠나는 중대사조차 집 밖에서 이루어지는 시대이니 더 말 할 게 없다. 어제 후배 한 명에게 연락이 왔다. 하룻밤 지낼 수 있느냐고. "물론이지. 몇시에 오는데? " 환대의 마음을 전하고자 숨가쁘게 답을 보냈다. 조금 후에, 도착해서 계단을 올라오는 중이라는 문자가 왔다. 그야말로 버선발로 뛰어나갔다. 이것저것 생각없이 그냥 반겨야 할 후배다. 힘든 소임을 하고 있으니 무엇때문에 갑자기 오는 건지 알고도 남기 때문이다. 말 좀 하고, 숨 좀 쉬러 왔다고 한다. 매일이 의미 없는 듯한 날들로 여겨져 ..

거주 이동

갑자기 이동하게 되었다. 'e 편한 세상'에서 '더#' 으로... 내가 지어낸 거주이동 경로다. 오 ! 스스로 감탄했다. 후배가 맞장구를 쳤다. 'e편한 세상' 흰 건반에서 '더 #' 검은 건반으로 반음 올리는 거라고. 현재 살고 있는 이 곳은 'e 편한 세상'과 걸맞다. 이렇게 여유롭게 지내도 되는건지 자문하기도 하지만 이런 상황이 마냥 지속되지는 않을테니 현재에 충실한다. 빡빡하게 살아야만 나다운 삶인 듯 고집할 것은 아니다. 이런 중에 갑자기 소임이동을 '명' 받았다. 은근히 올라오는 뭔지 모를 예감은 있었지만, 반색할만한 '명'은 아니다. 하지만 또 전혀 쌩뚱맞은 '명'도 아니다. 이제 빡빡하게 살아야 한다. 이곳에 파견된 이유, 내가 살아내야 할 몫은 이제 마친 것이다. 그래서 'e 편한 세상'..

누구를 위하여

누군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고인과 배우자, 자녀들 모두 세례명을 갖고 있다. 고인을 아는 분이 없다. 알듯말듯하다고 하는 분이 한 분. 사도예절을 청해왔다고 한다. 장례식장 입구에 화환이 양옆으로 즐비하게 서있다. 보낸이들, 어느정도 이름을 내세우는 사람들인 것 같다. 연도를 하고 사도예절을 마쳤다. 연령회장님이 상주들에게 고해성사를 하도록 안내한다. 장소가 마땅치 않다. 상주들 쉬는 방에는 어르신이 쉬고 계시단다. 상주들은 다른 곳을 찾지도 않는다. 우리 연령회장님과 신부님만 분주하다. 조문객들이 들어오고 상주들은 조문을 받는다. 그렇게 우왕좌왕하다가 우리는 물러나왔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 가고 싶지 않는 상가다. 점점 더 그렇게 되겠지. 마음만 가라앉는다. 이뿐 아니라 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