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오라버니 장례식을 마치고, 세 시간동안 북쪽에서 남쪽으로 고속도로를 달렸다. 동기는 옆에서 졸다깨다 한다. 내 머리속은 비어있고, 몸도 그냥 앉아있을 뿐, 자동차 저 혼자 달리는 듯하다. 모든 것이 정지된 채 마음 속에서만 낙엽처럼 뭔가가 쌓인다. 가까이 도로변에, 멀리 산새마다 단풍이 찬란하다. 햇빛이 비추기 때문이다. "아름답네... " 혼잣말을 한다. 마음은 무심하다. 사는 것, 죽는 것, 고통, 행복... 말마디들이 떠올랐다 연기처럼 사라진다. 마음은 점점 더 텅 비어져간다. "아웅다웅 할 것 없다....." 모든 것을 '무'로 치부해 버릴까봐 순간 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