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보며 하루를 사랑으로

물의노래/사랑안에거닐라

일어나라

비아루까 2014. 7. 1. 16:19

2014. 6. 27. 금 예수성심대축일

 

어제 어항 물을 갈아 주었다.

물이 많이 탁해 보여서 이번에는 '맑게'해 주기로 결정했다.

크릿시내에서 물을 길어 온 대야에 구피들을 옮겨놓고, 돌과 수초들을 깨끗이 닦았다.

어항에 데코리이션을 잘 한 뒤, 구피들을 한꺼번에 어항에 옮겨 '부었다.'

손을 털려는데, 세면대 바닥에서 퍼덕거리는 것이 보였다. 세마리씩이나...

언제 저렇게 튀어 나갔지???  난 너무 당황했다.

얼른 어항속에 넣어줘야 할텐데, 내 손가락은 굵고 구피들은 작고... 도대체 집어 넣을 수가 없었다.

어찌어찌 해서 겨우 '잡아' 어항에 넣었다.

그런데 그렇게 생기 발랄하던 구피들이 모두 비실비실 거리는 분위기로 한곳에 모여 움직이질 않았다.

또 다시 당황되었다. 물을 한꺼번에 바꿔주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한 나의 '탓'이다.

이틀동안 줄곧 어항을 들여다보며 마음을 졸였다.

그런데 한마리가 둥둥 떠 올랐다. 어휴...

분명, 세 마리 중 제일 마지막에 겨우 집어서 넣어 준 그 구피일 것이다.

다시 '내 탓'을 했다. 너무나 조심성 없이 행동했다. '설마'가 구피를 잡은 것이다.

생명을 소홀히 한 '내 탓'에 대해 후회와 보속으로 구피를 화분에 묻어주었다.

 

 

 

햇볕이 좋아, 이브자리 일광욕을 위해 중정으로 나갔다.

순간, 눈에 띈 장면, 새 한마리가 누워있었다. 죽었구나!!

마음이 쓰이는데...

아직 하던 일을 마치지 못해 계속하면서도 눈길은 연신 누워있는 새에게로 갔다.

일을 겨우 마친 시간은 저녁 성체조배를 알리는 차임벨이 울릴 때였다.

부랴부랴 성당 행, 성체 앞에 앉았다.

하지만 마음은 중정의 그 새에게서 떠나오지 못했다.

마음이 시계추처럼 움직이는데....

안되겠다. 예수님도 바라실거야, 나혼자 멋대로 생각하고는 벌떡 일어났다.

뒷곁에 있던 부삽과 호미를 챙겨들고 중정으로 갔다.

누워있는 새를 들여다보았다. 눈을 뜨고 있었다. 까만 눈이 몹스 슬프게 보였다.

마치 염을 하듯이 조심스레 새를 부삽에 담아 버적버적 돌길을 걸었다. 조배하던 분들께 미안했지만 할 수 없었다.

뒷산 언덕, 우리집 성당과 가까운 나무 아래에 새를 묻었다.

 

 

살아있는 것은 언젠간 죽는다.

확실한 사실이고, 순리이고, 진실이지만 그래도 '죽음을 보는 것'은 언제나 슬프다.

하지만 그 슬픔의 끝에서 우리의 믿음이 시작된다.

이 세상에서 '존재'의 소명을 다 한 것은 모두, 하느님 나라에서 '다시 존재'할 것이라는,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

 

 

2014. 7. 1. 화.

왜일까? 한꺼번에 물갈이를 한 내탓의 파급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걸까?

4일전에 구피 한 마리가 배를 하늘로 향한 채 떠 있었다.

또 가만히 들여다 보니, 아직 숨은 쉬고 있었지만 아가미가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무척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내심, 얼른 숨을 거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안락사는 안 된다, 존엄사여야 한다. 고통스러워도 죽을 때까지 살도록 해 줘야 한다.

그런데 구피는 지금까지 4일 동안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앞지느러미로만 겨우겨우 움직이면서, 모로 누웠다 위로 누웠다 ,하고 있다.

 

왜 저렇게 된 것일까??

자매가 말한다. 난산인지도 모른다고...

지켜보는 것이 힘들다. 그런 나를 보는 자매도 힘들다고 한다.

내가 공연히 맘 고생을 자처하는 것인가? 키우기를 그만하면 될텐데...

 

이 구피가 평형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 물 아래로 내려가려는 시도가 너무가 처절해 보였다.

오늘 구피에게 이름을 주었다. 빅토리아!!

꼭 살아줄 거라는 믿음, 꼭 새끼를 낳을것이라는 믿음을 너에게 부여한다, 제발, 힘들더라도 꼭 일어나라!!

'물의노래 > 사랑안에거닐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 자신을 만나야 한다  (0) 2014.07.04
만나야 할 사람  (0) 2014.07.03
만남 - 분과 모임  (0) 2014.06.30
세상을 이기다  (0) 2014.06.27
부활할 것이다  (0) 2014.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