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보며 하루를 사랑으로

물의노래/사랑안에거닐라

사람을 살리는 일

비아루까 2023. 8. 18. 14:26

갈 사람 가고, 올 사람 오고.

주임님의 인사이동 날.

 

신기하다.

내게서 설은 에너지가 많이 사그라진 탓인지, 

사람들의 움직임에 그다지 동요되지 않는다. 여유롭다.

보내고 맞이함에 있어서,

각자가 할 바를 하고, 서로 마음 상하지 않게 보내고 맞이하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낄끼빠빠.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는 뜻이란다.

참 지혜롭지 않으면 적절히 행할 수 없는 행위다.

단순하게 끼거나 빠지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을 할 때, 자신의 몫과 다른 이의 몫을 제대로 분별하면서 더불어 하는 것을 말한다.

 

낄끼빠끼의 성향인 이가 있다.

낄 때 끼고, 빠질 때도 끼고....

한마디로, 나설 때 물러설 때를 분간하지 못하고 본인이 나서서 좌지우지 휘두르는 모양새다.

이런 사람은 대부분, 다른 사람에게서 이런면을 보면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과 부딪치기 때문인데, 정작 본인이 그렇다는 자각은 없다.

 

갈 사람 가고, 올 사람을 기다리는 중에,

환영 꽃다발을 챙겨 증정하도록 임무를 받은 이가 무척 당황스럽게 내게 왔다.

꽃다발이 없다고.... 

더 당혹스러운 것은, 아무런 알림이나 소통 없이 꽃다발을 들고 좌지우지하고 있는 이의 태도였다.

아주 작은 일이지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이 상황 앞에서,

내가 더 미안했다. 

당혹스러워 한 그분은 그나마 나에게 얘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늘 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낄빠빠빠일까?

껴야할 때도 빠지고 빠져야 할 때도 빠지는, 제 몫도 제대로 못하는  유약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진 않다.

본인이 좌지우지해야 존재감을 느끼는 이, 바람직하지 않지만,

우선 사람을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물러나주는 것 뿐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내 마음, 내 입장과 같진 않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물의노래 > 사랑안에거닐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신과의 만남  (0) 2023.09.09
새 마우스 덕에  (0) 2023.09.08
밀과 가라지(마태 13,36-43)  (0) 2023.08.01
빅토르는 떠나고  (0) 2023.08.01
남은 (자) 구피 빅토르  (0) 2023.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