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2장 21절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축제 때에 그리스 사람들이 제자(필립보)에게 와서
"선생님, 예수님을 뵙고 싶습니다."
필립보는 안드레아에게 가고, 두 제자는 예수님께 이 말을 전한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너, 나를 보고 싶으냐?
그러면 밀알, 땅에 묻힌 밀알과 같은 시간을 살아야 한다.
나, 거기 있기 때문이다."
땅에 묻혀 썩는 밀알은
어둠의 시간, 그 누구도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지 않는 고독과 고통의 시간을 살아야 한다.
그 여정은 '어느만큼'에서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쯤 죽음이고, 반쯤 생명이 아니다.
죽음이거나 생명이거나 이다.
마지막까지, 죽기까지 가야하는 길이다.
그 끝이 영원한 생명인 곳까지 인내롭게 견뎌내며 가야하는 것이다.
밀알의 썩음, 십자가는 유대인들에게는 걸림돌이요,
그리스인들에게는 어리석음이었다(1코린 1,22-24).
예수님을 뵙고 싶다는 그 그리스인들은
십자가를 달리 알아들어야 한다.
어리석음이 아니라 하느님의 지혜, 하느님의 힘으로 받아들이고 믿을 때라야
"예수님을 뵙게 될 것이다."
나는 유대인인가, 그리스인인가, 그리스도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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