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보며 하루를 사랑으로

물의노래/사랑안에거닐라

빈 날들

비아루까 2022. 3. 29. 17:00

이곳에 온 지 한달이다.

오래 지난 것 같다. 

단순한 날들이다. 그러나 지루하지 않다.

 

어제는 미사 다녀온 후로 주방일을 했다.

김을 재서 굽고, 멸치를 볶았다.

중간에 점심을 먹고 뒷마무리까지 마치니 오후 2시가 넘었다.

 

파일에 있는 집 관련 서류를 번역해보았다.

컴퓨터 자판기를 마구 두드리니, 마치 내가 번역가가 된 기분이다.

번역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번역기가 하는 것이지만....

참 좋아졌다. 정확한 번역은 아니겠지만 대략의 내용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번역한 내용을 파일에 저장해 놓았다.

집이 팔릴지 어찌될지 모르지만

오늘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고 있다.

단어를 찾는 재미도 솔솔하다.

이것이 내가 꼭 해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하면 부담과 피곤이 쌓일텐데,

나는 무능 그 자체라는 사실을 전제로,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하니, 재미를 맛보는 것이리라.

내가 해야 할 바, 할 수 있는 일을 가르쳐주시도록

그저 의탁하고, 하루하루 지내는 단순한 날들에 감사한다.

 

오늘은 동생 수녀님과 함께 꽃동네 수녀님을 방문하기로 약속했었는데,

대중교통 파업이 있다고 연락이 와서 취소했다.(파업 소식도 귀동냥으로 들음)

 

걸어서 알퐁소 성당에 다녀올까?

거기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콘 원본이 있다고 하던데...

이렇게 나의 하루는 비어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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