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보며 하루를 사랑으로

물의노래/사랑안에거닐라

무엇이 중한디

비아루까 2022. 3. 20. 23:03

Termini에서 버스를 탔다. 출발지이기 때문에 버스 문이 열려있고, 승객이 몇명 타고 있었다.

승차권을 찍으러 갔다. 그런데 승차권이 들어가질 않는다. 고장이 났나?

아주머니 한 분에게 표를 내밀었다. "Mi scusi." 이 한 마디만 하면서...

아주머니가 뭐라고 하면서 어깨를 들썩인다. 모른다는 뜻이겠다.

다시 가서 이번에는 표를 뒤집어서 넣어보았으나 역시나 들어가질 않는다.

기계가 고장났나보다. 

기사님이 계시는지 보았다. 백미러에 보이질 않는다. 아직 안 타셨나보다.

기사님 오면 이야기 해야지. 다시 자리로 왔다.

조금 후에 차가 출발한다. 엉~? 기사님이 계셨네.

나는 승차권을 손에 쥐고 있었다. 만일 승차권 조사하는 이들이 오면 보여줄 심산이었다.

 

그렇게 몇 정거장을 간 후 버스가 선다. 길가가 아니라 거의 도로 가운데에 섰다.

기사님이 버스 문을 열고 급히 내린다.

인도에, 아이가 넘어졌는지, 엄마가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아이를 달래는 것 같다.

기사님의 부인과 아이인가? 아이를 들어 낮은 담에 앉힌다.

그러고는 다시 돌아온다. 버스가 출발한다.

가족이 아니었네.....

 

길을 걷고 있는 상태도 아닌, 버스를 운전하던 중에 차를 세우고는 넘어져 우는 아이를 돌보러 가다니...

승차권 찍는 기계가 고장난 것에는 별 관심 없는 것 같은데....

놀라웠다. 감동이다. 

이 사람들은 내 아이든 남의 아이든 아이들에 대한 마음이 그렇단다.

주말엔 아빠들이 가족들과 함께 지낸다. 부럽다.

한 자매가 말한다. 여기에서 와인을 마시는 것은 대화하기 위함일 뿐, 술 취해 다니는 사람은 노숙인들 뿐이라고...

우리 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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