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상시에 흰고무신을 신고 지낸다. 신고벗기 편해서다. 그런 나를 보고 교우분들은 옛시절 생각 난다며 좋아라 했다.
이젠 날이 차가워져서 고무신은 깨끗이 빨아 신발장 한켠에 모셔두었다.
발이 차면 온 몸이 차져서 발은 따뜻하게 하려고 발목까지 오는 털신을 신고 지낸다.
이 털신은 먼젓번 공동체에 살 때 옆집 형제님이 싸구려라며 사다주신 것이다. 가볍고 따뜻하다.
그런데 며칠 전에 한 자매가 성탄선물이라며 종이가방 하나를 건네주었다. 맘에 들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포장을 뜯어보니 고무신이었다. 검정색에 꽃이 그려져 있었다. 꽃고무신이네!
신을 신고 사진을 찍어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보냈다.
그런데 신을 신고 걸어보니 발에 너무 꼭 맞았다.
그냥 신을까 했는데 발가락 끝이 맞혀서 걸을 때마다 저절로 무릎이 굽혀졌다.
한번 미안한 게 낫다 싶어서 조금 큰 치수로 바꿔줄 수 있나 했더니 물론이라고 했다.
얼마나 커야할까... 한 치수 큰 것?
겨울엔 두꺼운 양말을 신을테니까 10mm 큰 것으로 정했다.
한주간이 지난 오늘, 자매가 또다시 예쁘게 포장을 해서 고무신을 가져왔다.
서로 기쁘게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난 얼른 고무신을 신어보았다. 어쿠! 생각보다 많이 컸나, 헐렁거렸다.
신고벗긴 좋은데 이젠 걸을 때 종아리에 힘을 주었다가 신발 뒷꿈치를 당겨올리면서 걸어야 한다. 앞으로 계속...
어릴 적, 새 신을 사던 때가 생각난다.
내가 신을 신으면 엄마가 앞꿈치를 꾹꾹 눌러보고, 신이 푹신하게 들어갈 정도가 되어야 딱 맞다고 했던 시절.
왜냐하면 난 금방 자랄거니까...
그런데... 어쩌나, 난 이미 다 자랐는데 ?
더 이상 바꿀 수 없다.
이제부터 엄마도, 자매님도 매일 생각나겠네, 이 꽃고무신 신고 종아리에 힘주며 걸을 때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