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개월 전부터 본당 교육관에서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에 어린이들 몇명이 풀룻을 배운다.
몇해 전에 연습용 풀룻을 선물 받아 그대로 모셔놓고 있었는데 한 번 배워볼까 했더니, 기회 있을 때 하라고 자매들이 더 성화다.
그래서 벼르다가 지난 달부터 나도 어린이들 틈에 끼었다.
하지만 내 본업이 있다 보니 두 달 동안 두 번만 참석할 수 있었다.
어느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연습'이 최고인데, 어영부영 하루를 지내다 보면 토요일이 성큼 와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토요일 오전에만 '투투' 불어보는 형편이다.
오늘은 기본 8음 운지법을 가르쳐 달라고 청했다.
혼자 연습할 수 있도록 기초를 터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음과 저음을 내는 방법도 배웠다. 오호~~
그런데
배우는 것도 때가 있다는 말에 공감이 되는 것이,
운지법을 기억하는 뇌, 기억하는대로 움직여야 하는 손가락이 과연 나이에 걸맞게 뻑뻑한 것이다.
오른쪽 새끼 손가락은 키를 한 번 눌렀다가 떼면, 뼈가 뻣뻣이 펴진 채 꼼짝을 안하다가 튕겨나갈 듯이 꺾인다.
선생님 말씀이, 몸에 힘을 빼야 한단다.
그렇다, 무엇이나 가장 기본이 '힘을 빼는 것'이다.
입가에 땀은 왜 그리 나는지, 악기를 고정시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게다가 요즘은 오른쪽 팔의 통증이 점점 더 심해져서 때론 자다가도 깨는 형편이니 난감하다.
그래도 하고 싶다.
오늘은 악기를 어깨에 걸치고 기본8음 운지법 연습을 했다.
그 덕에 지금은 왼쪽 목이 아프고 잘 돌아가질 않는다.
손가락 움직임을 보느라 오른쪽으로 고개를 계속 고정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이쿠, 이거 기초를 마칠 수 있을지... 요가부터 해야 하는 건 아닌지...
풀룻 초보생의 행복한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