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보며 하루를 사랑으로

물의노래/물안개

키 없는 배

비아루까 2014. 8. 18. 21:46

 

나는 자연적인 삶이 아니라 초자연적인 삶에로 불림 받았다.

피할 것은 피하고 접할 것은 접하면서

무탈하게, 별 문제 없이,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더 나아가 단지 '좋은 사람'이 되도록 불림 받은 것이 아니다.

 

물 위를 떠다니는 배에 키가 없으면 힘들이지 않고 움직인다.

물결 따라, 바람부는 대로 이리저리 흘러간다.

그러나 강한 풍랑이나 태풍을 만나면 그 배는 부서지고 뒤집히고 마침내 침몰하게 된다.

그리고 그 배에 탄 사람들은 모두 죽게 된다.

죽지 않기 위해서는 배에 키가 있어야 한다.

키는 바람과 파도를 넘고 거스르기도 하면서 배를 목적지까지 이르게 한다.

키는 배의 몸체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것이지만 키를 제대로 잘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다. 힘이 든다.

 

 

말하고 싶을 때 말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말하고 싶을 때 말하지 않으려면 힘이 든다.

말하고 싶지 않을 때 말하지 않는 것은 쉽다. 그러나 말하고 싶지 않을 때 말을 하려면 힘이 든다.

웃고 싶을 때 웃는 것은 쉽다. 그러나 웃고 싶을 때 웃지 않으려면 힘이 든다.

웃고 싶지 않을 때 웃지 않는 것은 쉽다. 그러나 웃고 싶지 않을 때 웃는 것은 힘든 것이다.

울고 싶을 때 우는 것은 쉽다. 그러나 울고 싶을 때 울지 않기는 힘들다.

 

나는  아니 우리 모두는

자연적인 삶이 아니라 초자연적인 삶에로 불림 받았다.

안일과 편리, 거짓과 위선, 물욕과 두려움의 파도와 풍랑을 거슬러

정의와 사랑과 진리의 항구에 도달하도록 불림 받았다.

 

진실을 말해야 할 때 말하고,

무죄하게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울어야 할 때 울고,

용서하고 싶지 않을 때라도 용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모두 파산하고 침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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