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들, 특히 양성기에 있는 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많은 경우, 공동체 생활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들이 속해 있는 공동체의 규모, 당사자의 연륜이나 위치, 역할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개인의 목표(이상, 가치, 꿈 등)와 공동체 목표 사이의 거리가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공동체를 '나 외의 다른 구성원들(사람)'이라는 의미로 이해하는데,
그 이해에서 비롯되는 어려움이 제법 큰 자리를 차지한다.
즉 나와 '저 사람'간의 공통점보다는 '다른 점'을 더 빨리, 강하게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다른 점을 극복하고 거리를 좁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때론 자신과의 투쟁, 더 나아가서는 다른 사람과의 '투쟁'에로까지 이르게 된다.
그러는 중에 개인은 공동체(구성원)를 수용하고 일치하거나 혹은 거부하고 분리하게 된다.
공동체는 개별 구성원들을 성장시키는 자리이며, 또한 개인의 성장으로 공동체가 성장한다.
그러나 공동체가 '나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공동체 '구성원의 한 사람'이고,
그 때문에 구성원들 '각각'이 '함께'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다.
손, 발, 머리, 팔, 다리 등등 각각은 '몸 전체'와 관련되어 의미가 있듯이.
공동생활에서 겪어야 할 자신과 혹은 다른 사람과의 투쟁은
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것도 아니요, 다른 구성원의 가치실현을 위한 것도 아니다.
개별 구성원이 '함께' 세운 공동의 목표(꿈)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 노력은 결국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투쟁'으로 귀결된다.
누구나 꿈을 꿉니다. 꿈은 잠에서 깨어나면 사라지는 허상이지요.
그러나 어떤 사물을 분명하게 보았고 대화했고 그 세계에 참여했다는 사실에서는 분명한 실체입니다.
꿈은 꾸는 자에게만 그 세계를 보여주고 참여케 해줍니다.
꿈은 그 꿈을 기억하는 자에게 현실의 가능태로 여전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공동체로 산다는 것이 하나의 꿈이라고 할지라도 현실에 대하여 무가치한 꿈이 아닙니다.
삶의 이상향을 보게 해주고, 의미와 가치 지향의 삶을 살게 해줍니다.
꿈을 꾸지 않고 살아가는 현대 세계는 공동체 이상에 눈을 떠야 하고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모든 신자들이 모두 공동체로 살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소비문화의 시대에 삶의 등불이 필요하고 모델은 필요합니다.
공동체는 방 안을 밝히는 불빛이 아니라 등대입니다.
이쪽이 안전한 항구라고 위치를 가리키는 등대입니다.
그러므로 세상은 어둠 속에 헤매지 않고 세상 가운데서 세상과 다르게 살아가는 대안의 삶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 예수살이 공동체, 박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