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보며 하루를 사랑으로

물의노래/사랑안에거닐라

보배 3

비아루까 2013. 5. 14. 20:50

저녁,
보배가 있던 자리에 가 보았다.

보배가 우리 집에 따라왔던 날
동료는 보배를 그 있던 자리로 다시 데려다 놨었다.
거기에 있어야 한다고, 우리집에 오면 안 된다고 누차 말해줬다.
알아듣는지, 보배는 가만히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기사님께 부탁해서 보배 집을 만들었다.
참 근사하고 탄탄해 보였다.
보배를 데려갈 만한 이에게 연락을 할 참이고
그 동안에라도 비를 피할 곳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 참에 냇가에 가서 목욕도 시키고 떡진 털도 잘라주었다.
따뜻한 볕 아래서 보배는 완전 내맡김 상태로
오랜만에 옛 생활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지난 토요일에 보배를 데려갈 수 있는지 누군가에게 연락을 했다.
하지만 형편이 여의칠 않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유기견 보호센터에 연락을 했다.
우리는 한동안 집을 비워야 하고, 그러면 보배를 가끔씩이라도 돌 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주일에 보호센터에서 보배를 데리고 갔다.
난 차마 그 자리에 가지 못했다.

동료가 보배에게 이런저런 말을 했다고 한다.
미안하다, 좋은 주인 다시 만나서 잘 살아라. 넌 참 예쁘고 영리하니까 ...
보배를 안아서 보호센터에서 오신 분들에게 건네줄 때,
보배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듯,
아무런 반항도, 으르렁거림도 없이 순순히 그들에게 안겼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찍어 온 사진 속의 보배는 땅바닥에 넙죽 엎드려 있었다.
또 다시 '사는 것'을 포기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그동안 자신을 돌봐줘서 고맙다는 건지...

이래도 저래도 미안하고 아픈 마음이 가시질 않아서
오늘 저녁,
보배가 있던 자리에 가 보았다.
축대 위 모퉁이에 서서 잠시 휘청거렸다.

"강아지가 예뻐서 좋은 주인이 나설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한 그 분들의 말대로
꼭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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