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공동체에 온 지 보름이 되었다.
아직 일과가 몸에 배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참을 살아 온 것 같은 마음도 든다.
우리 공동체는 구성원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여러가지 일을 맡아 본다.
나도 몇 가지 맡은 몫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cantor, 전례 때 선창을 하는 것이다.
내가 왕년에는 인정받는 선창자였으니(^*^)
마침 잘 됐다는 듯 떡하니 이 몫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보아하니 나이나 연륜을 핑계삼아 손사래를 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어차피 해야 할 몫이라면 좋은 마음으로 하자 싶어 오는 날부터 데뷔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우려했던 것이 현실이 되었다.
좍좍 갈라져 모래알처럼 버석거리는 목소리로 기도를 마쳤다.
그도 그럴 것이 노래를 안 한지가 거의 20년은 되어가니 당연한 결과였다.
좋은 뜻 하나로 다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듣는 이들도 거북했을테지만 당사자인 나는 죽을 맛이었다.
첫 데뷔전에 대한 공통적인 평가는 "꼬마언니 아닌 줄 알았어요!?"였다.
이미지, 스타일이 거침없이 구겨지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이 몫이 면제되는 것도 아니었다. 어쨌든 사명을 계속 수행해 나가야 했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별도로 연습할 시간을 가질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실전 때에 온갖 정성을 다 들여 목소리를 다듬으면서 낼 수는 있었다.
아마도 데뷔하는 날에 비하면 '뱁새가 황새 따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을 것이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음률이지만
공동체 구성원들이 '기도'의 맛을 감지하고 젖어들 수 있도록 마음을 쓰려니
심장이 콩닥콩닥 거린다.
그렇게 정말 전심전력을 다 해 선창을 한다.
살 맛 난다. 회춘이다, 청춘을 다시 찾는 듯한 느낌이다.
이런 설렘을 경험해 본지가 얼마나 오래 전인가!
콩닥콩닥, 발그스레....
어린이가 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예수님 말씀,
이렇게 심장은 콩닥거리며 뛰고, 볼은 발그스레 붉어지면서 회춘한다!!
그러면 점점 젊어져서 비로소 어린이가 된다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겠다, 얏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