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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기면서/시글시글

나는 나만을 생각하고 (이병률)

비아루까 2012. 6. 2. 13:47

 

- 해남, 고 김남주 시인 생가 앞에서 (이병률)

 

나는 나만을 생각하고

해가 진다

나는 나만을 생각하느라

다리를 건너다

다리에서 한없이 쉰다

 

우리가 우리만을 생각하는 것도 모자라

나는 나만을 생각하고

하염없는 것들은 우주의 속살로 썩는다

 

새악을 앉히고

생각 옆으로 가 앉지만

나는 지렁이

 

나는 나만을 생각하여서

나아게 던진 질문 따위는 흘러내리고

그러고도 지구를 반으로 가를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

 

해가 진다

 

고개를 들 수 없는 땅이라

끊어지지 않는 몸으로 기어야 해서

나는 나만 생각하느라 뜨거운 적 없이

해가 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별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나는 한사코 나만 생각하는 것이고

나에게로만 가까워지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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