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늦게 돌아왔다.
나가사키에 도착한 날 저녁에 끼니를 위해 시내 Moll에 나갔다.
건물의 층은 낮았지만 실내는 넓은 분위기였다.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가 우리나라 백화점 실내보다 훨씬 넓었기 때문이다.
그와 달리 점포는 그리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지 않았다.
배려받고 있다는 느낌이 순간 들었다.
빵 굽는 냄새가 나를 유인하고 있었지만
나가사키 우동은 특별히 알아주는 맛이라서 꼭 먹어봐야 한다기에
평소 우동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지만 쫄랑쫄랑 따라나섰다.
우동집 이름은 [오도].
테이블이 몇개 되지 않은 좁은 공간이었다.
내부 벽면에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십자가 모양과
아마도 순교자들에 관한 이야기의 한 부분인 것 같았다.
입구에는 TV 가 걸려 있었는데,
역시 [오도]를 알리는 내용이었다.
주로 아름다운 성당을 담고 있었다.
그 우동집 주인이 가톨릭 신자라고 한다.
친근함이 느껴졌다.
우동의 종류가 다양했는데,
나는
예전에 금강휴게소에서 맛있게 먹었던 튀김 우동(지금은 사라진 맛의 아쉬움!!)을 생각하면서
새우튀김 우동을 선택했다.
맛이 어떨까?
동행한 이들은
아주 맛있다고 내내 선전을 했다.
우선 국물을 떠 마셨다.
흠~!!! 소문대로 정말 맛있었다.
간은 우리 음식보다 대체로 짠 편이었지만
튀김 때문인지 국물맛이 담백하면서도 약간의 감칠맛이 느껴졌다.
국물을 내기 위한 재료들은 오도에서 직접 농사 지어 가져온다고 했다.
따끈한 국물과 주인의 친절한 서비스가 어우러지고
게다가 순교자들의 신앙까지도 배어나오는 듯해서
뱃속, 마음 속, 영혼 속까지 따뜻함이 스며들었다.
돌아오기 전에 다시 한 번 들르고 싶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다.
공항 우동집 쇼윈도에 진열되어 있는 샘플을 보며
입맛을 다시면서 흐믓한 표정으로 음식점 안으로 들어갔지만
이미[closed] 되었다고 한다.
안에서 우리를 보던 사람들은 은근히 재미있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리는 머슥하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동, 딱 한 번의 맛남(!)으로 영혼까지 스며들어온 우동!
그 맛에 끌려, 먹고 또 먹고 자꾸 먹어대면
그 맛남(!)은 우려내고 우려내서 그 맛이 변질될 것 같은....
그래서 딱 한 번, 혹은 가~끔씩
그것으로 맛남(!)이 그대로 남으리라는 것.
좋은 사람, 사랑하는 사람
그리움을 저 깊숙한 곳까지 번져내는 사람....
쉽게 만나지지 않아 안타깝지만
그 안타까움이
변질되지 않는 맛남(!)을 간직하도록 할 것 같은....
나가사키 우동 한 그룻이
모락모락 내게 피어오르게 하는 만남의 맛남(!),
사랑의 여운,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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