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동안 '극한 지대(?)'에서 작업을 했다.
강산이 두번이라도 변할 시기 동안 쌓아놓은 서류를
단 번에 처리하는 작업이었다.
'숙원사업'이었다.
커팅기계를 사용하거나
돈 주고 업체에 맡기면 손쉬울텐데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우린 원시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불 지르기'로 정한 것이다.
수십년의 역사를 한 페이지씩 태웠다.
불길이 만만치 않았다.
눈썹과 머리카락은 동글동글 말려들어가고
얼굴과 살갗들은 화상으로 벌겋게 익어가고
눈알까지, 머리 속까지 ...
용광로에 비길 바는 못되지만 그에 못지 않았다.
왜냐, 극한 지대에서 일하는 이들을 내내 기억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이나마 그들과 한 마음으로...
그간의 희로애락, 실패와 성공, 참과 거짓, 오류와 정정...
이것들이 재가 되면서 새로운 열정으로 다시 타오르길 지향하며
우리 본래의 삶에로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했다.
좀 더 어리숙하게, 좀 더 순수하고 자연스럽게,
삶을 부패시키지 않도록...
그런데 이 '숙원사업'은 본래 내 몫은 아니었다.
나도 '불 지르기' 덕을 쫌 볼까 싶어서
소량의 내 몫을 챙겨 동행했던 터이다.
하지만 나 없었으면 이 사업(?)을 완수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함께 하길 참 잘했다.
동료도 한껏 돕고,
멀리 있는 이들도 기억하고,
이 사회를 위해 기도할 수 있었으니까,
이 한 몸 바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