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자가 오기 전까지
인수인계서를 작성하고 나면 그 후에는 소임에 해당하는 업무는 끝난다.
정식 소임이동날까지 기다리는 요즘
나로서는 지루하다.
그래서 마음은 콩밭, 휴가에 가 있다. 얼른 떠났으면 좋겠다.
처음 예정된 날자라면, 인수인계를 마친 후 한주간은 족히 개인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텐데,
도중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날자가 며칠 미뤄졌다.
참 어중간하다.
공연히 허송세월하는 것 같아서, 휴가를 미리 하고 와서 인수인계를 하고자 했다.
차표예약도 쉽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담당자가 다른 곳으로 이미 소임을 가 있고, 그 후임자는 아직 안 왔으니...
하는 수 없이 다른 공동체 자매에게 부탁을 해야했다.
설 연휴라서 전 좌석 매진, 안타깝지만 연휴가 끝난 후의 표를 예약했다.
그러다가 어제밤에 우연히 컴을 열었는데, 앗!! 오늘 새벽열차의 좌석이 있었다. 누군가가 예약했다가 취소한 것이다.
난 마음이 다급해졌다. "내일 가야한다!"
다시 책임자에게 날자조정에 대해 의논하고, 휴가갈 장소의 주인인 둘째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나를 데리러 기차역에 나와야 하니까...
그런데 둘째언니 집에 첫째언니와 조카와 강아지까지 와 있고, 그 다음날 새벽에 바래다 주기로 했다는 것.
그렇다면 내가 아침나절에 도착하면 시간 상 둘째 언니가 나를 마중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통화한 시간이 밤 10시가 거의 다 되었는데, 상황에 대해 들은 언니들은 그 밤으로 첫째언니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 다음날 새벽에 시간 맞춰 마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마운 언니들...
그렇게 약속한 다음 다시
다른 공동체 자매에게 전화를 해서 표를 바꾸어 주길 부탁했다.
그런데.... 그 틈새에 벌써 그 귀한 좌석이 또 매진되어버린 것이다. 아뿔싸!!
다시 언니에게 전화해서 나를 위해서 그 밤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더니,
이미 출발한 상태라고.... 미안해서 어쩔줄을 몰라하니, 괜찮다고 했다. 언니니까...
새벽에 기차역에 데려다 주기로 했던 자매에게 사정을 얘기했더니,
버스를 타고 가라는 것이다.
아, 그렇지!!
즉시 버스운행을 검색해 봤더니, 오늘 새벽버스에 좌석이 여유있게 남아있는 것이다.
그 새벽버스를 타고 가기로 자매와 의견일치를 보고, 새벽에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즉시, 나는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휴가가기 위한 짐이 아니라, 소임이동하기 위한 짐이니 모든 것을 가방에 넣는 작업이다.
그동안 정리해놓은 짐이 있었고 나머지만 꾸리면 되니, 늦더라도 그 밤으로 일을 마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방에 주섬주섬 넣고 대강 정리를 끝내니 밤 1시가 되어갔다.
잠자리에 누웠는데.... 뒤죽박죽, 왠지 억지부리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내 마음이 편칠 않았다.
잠이 쉽게 들지 않았다.
"가지 말자!"
나는 다시 꿈속에 있을 자매에게 갔다. 휴가날자를 미루겠다고....
맘 좋은 자매는 아침에 늦잠을 잘 수 있게 돼서 좋다고 하면서 흔쾌히 동의했다.
오늘은 free day! 몸이 깨는 시간에 눈을 떴다.
왠지 마무리를 해야할 것 같아서 짐과 방 안을 정리했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 회원 수녀님 한 분의 선종소식을 들었다. 어제 밤 12시가 거의 다 되어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그렇지! 그래서 그렇게 맘이 편칠 않았나보다!"
게다가, 내가 갈 소임지에도 어려움이 발생해서 내 일정에 변수가 생기게 되었다. 우왕좌왕하고 있다.
내일은 장례미사에 참석해야 하고, 또 어려움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봐야 한다.
차표는 예약해 놓은 상태인데, 어쩌나... 또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휴가 못가는 것은 둘째 문제고, 차표예약 부탁한 자매에게 취소해 달라고 어떻게 말하지??
자꾸 번복하면....
어휴, 괜한 것 때문에 신경이 몹시 날카롭다.
오늘 연도하고 돌아오는 내내 기도했다.
"하느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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