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보며 하루를 사랑으로

물의노래/사랑안에거닐라

이별산책

비아루까 2016. 1. 31. 16:35

 

 

점심식사 후 넷이서 옆 절집에 갔다.

내일모레면 이 집을 아주 떠나는 자매가

절집 개 똑순이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해야한다고 의견일치를 보았기 때문이다.

 

겨울도 소임이동을 했는지

어제 하루종일 내린 비로

수녀원 옆 크릿시내에는 물이 콸콸 흐르고 있었고

그 활기찬 물소리 곁에서 봄기운이 살랑거렸다.

 

절을 지나면서 "똑순아~똑순아~ " 몇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

"없나?" 그냥 지나다가 안 되겠어서

내가 스님께 알아보자고 했다.

나와 한 자매가 오던 길을 돌아 절집으로 갔다.

절집 마당에는 못 보던 강아지 한마리가 묶여있었다.

"똑순이는 어디로 보내고, 새로 강아지를 가져왔나?"

둘이 수근거리는데 내 마음이 울컥했다.

 

스님께 여쭤보니

똑순이는 아직 그 절에 있다고 했다.

이 시간즈음에, 특히 사람들이 많이 와 있을 때는

혼자 산으로 피했다가

사람들이 돌아갈 즈음인 오후 2시경이면 돌아온다고 한다.

똑순이가 그 시간에 집을 나가는 것은

사람들이 조용히 기도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래서 똑순이는 천성 절집 개라고 했다.

 

"똑순이가 가지 않아서 어휴, 다행이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자매들에게 돌아가면서 우리는 싱글거리며 눈을 움찔거렸다.

똑순이가 어제 절을 아주 떠났다고 말하기로 짠 것이다.

 

"똑순이가 어제 다른데로 갔대요. 먼저 소임이동했나봐."하고 내가 말했더니

똑순이와 절친인 자매가 말을 받았다.

"그래서 어제 그랬구나.

내가 현관문으로 들어가려는데 똑순이가 어디선가 나타나서 반갑다고 마구 뛰어오르는데,

난 너무 힘들어서 그냥 가라 하고 들어왔거든...."

자매의 얼굴에서 후회와 안타까움이 배어나왔다.

 

더 길게 장난할 수가 없어서 내가 이내 사실을 고백해버리고 말았다.

내가 말하기 전에 똑순이와 절친인 자매는 약간 미심쩍었다고 했다.

아마 우리 얼굴에 비친 슬픔의 기색이 영~ 아니올시다였던것이다.

평상시대로라면 내가 먼저 울먹여야하는데, 어찌 좀...

 

결국, 오늘은 똑순이를 만나지는 못햇다.

하지만 우리는 산길을 걸으면서 그동안의 시간들을 추억했다.

고사리가 널려있던 곳, 칡꽃이 주렁주렁 피어있던 자리,

소나무를 살리기 위해 칡덩쿨을 일일이 뜯어내다가 하마터면 굴러떨어질 뻔 했던 낭떠러지,

똑순이가 뛰어다니던 가파른 숲, 고라니가 불쑥 나타나던 산언저리,

그리고 그 하루하루를 함께 했던 자매들...

"모두모두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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