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맨 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
어릴 때 오늘, 이즈음 목청 높여 부르던 노래다.
6.25 !
주먹 불끈 쥐면서
가슴엔 형언할 수 없는 울분의 감정들이 솟구쳐 오르는 상태에서
뭔가를 저지르지 못하는 무력함이
오히려 더욱 끓는 비장함으로 탈바꿈하던 때가 생각난다.
뭘 알고 불렀을까....
오늘은 이 노래말이 섬칫하게 느껴진다.
화해하고 용서하고...
용서,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유 불문하고 내가 용서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화해, 상대방을 기다려야 한다.
나는 용서하겠다고 결심을 했어도 상대방은 아직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용서하기로 했다는 것을 상대방이 알아주기를 강요하려 한다면
더욱 두꺼운 상처의 가로막이 놓일 것이다.
상대로서는 용서받을 일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용서와 화해, 참 어려운 삶의 과제이고 무게다.
하지만 벗어던질 수 없는, 어쩌면 생의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일 것이다.
동서남북....
삶의 전방...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