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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노래/사랑안에거닐라

한껏 살다 가는 걸까?

비아루까 2015. 4. 3. 14:32

 

우리 집 뒷곁에 있던 아기 목련 봉오리

아 ! 귀여워 !!

무엇이든 아기들은 솜털이 보송보송한가보다.

 

 

 

심긴 지 한 해만 지난 터라

올해는 한 뼘 키가 더 크도록 그냥 두려고 했는데

며칠 전 흰꽃봉오리들을 보는 순간 그만 ...

 

하지만 단순히 욕심에 의한 충동의 결과는 아니다.

순간 내겐 두 가지 생각이 있었다.

" 나무에서 제 생을 마치는 게 좋을까,

꽃차로 다시 태어나는 게 좋을까, 꽃에겐...? "

아마도 다시 태어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찰나의 마음 읽기였을까?

 

 

 

나무에서 데려온 아기 봉오리들을 아주 섬세하고 부드럽게 매만진다.

떠나온 곳이 그립고, 이 자리가 낯설지도 모른다.

가지런히 앉히고 자신의 시간들 갖도록 기다려야 한다.

 

 

 

시간이 흘러

꽃이 자신을  " 쉽게 다룰 수 있도록" 

스스로 물기를 날려 보내면

아기 봉오리는 어느 새 성숙한 여인과 같은 모습을 지니게 된다.

 

꽃송이들은 각각 제 자리를 부여받는다. 서로 부딪쳐 상처나지 않도록...

작다고 얕보이지 않고, 크다고 힘자랑 할 수도 없다.

모두가 온전한 한송이 꽃이다.

그 모양 그대로 익어가는 것이다.

 

 

이제 저마다 스스로 설 수 있다.

다른 꽃송이가 곁에 와 부딪쳐도, 혹 그 위해 포개져도 상처나지 않는다.

덖이고 식혀지는 인고의 시간을 지나 새로 태어났으므로...

 

 

 

자매에게 물었다.

"꽃은 어느 것을 더 좋아할까?

나무에서 제 생을 마치는 것을 좋아할까, 아니면 꽃차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좋아할까?"

자매가 대답했다.

" 두 가지 다 이겠지."

 

 

 

 

 

두 가지 다

한껏 자기 삶을 살다 가는 것일까?

 

예수님은 요절하셨고

나는 그분 삶과 죽음을 깨닫지 못하고

 

꽃을 나무에 그대로 두어야 할 지 데려와야 할 지 모르겠고...

 

성 금요일에, 꽃에서 우리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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