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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노래/사랑안에거닐라

진도의 기다림 1

비아루까 2014. 6. 14. 20:48

2014. 6. 8(주일) ~10(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오리무중.

 

사고 직후부터,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하고자 수도회마다 교대로 천막을 지키기로 했다.

 우리는 6월 8일부터 10일까지 머물게 되었다. 8일 당시 실종인원 14명이었다. 

 우리는 둘씩 짝지어 체육관과 팽목항 천막으로 파견되었다.

체육관이든 팽목항이든 지난 번 방문했을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나는 체육관에 배정되었다.

체육관에는 식사준비, 쓰레기 정리 등 소리 없이 봉사하는 분들이 여전히 계셨지만, 최소한의 인원 같았다.

봉사부스는 거의 철수하였고 주위는 조용했다. 

교회연합, 원불교, 조계종, 그리고 우리 천막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체육관 내에도 상황실 관련 업무를 보는 이들과 공무원들로 보이는 사람들만이 오가고 있었다.

몇 안 되는 경찰들은 다리와 허리를 두드려 가면서 제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남은 가족들은, 잃은 가족을 찾기를 고대하면서 매일 아침이면 팽목항으로 나간다고 한다. 

자신 홀로 남을까, 기다림의 시간을 지리하게 여겨 자신들이 잊혀질까 두려운 마음으로...

모두들 '기다림' 뿐이다.

 

천막 안은 제법 뜨거웠다.

비가 새지 않도록 비닐까지 씌워놓은 상태라서, 우리보다 먼저 지켰던 수녀님들은 멀미가 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멀미가 나서 잃은 가족을 찾을 수 있다면, 하루 온종일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심정이다.

천막을 찾아오는 이들은 거의 없다. 가끔씩 봉사자들이 차를 한 잔 마시거나 아무 말 없이 물 한잔을 마시거나 할 뿐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기도하는 것' 뿐이었고, 그래서 더욱 간절한 기도를 드리게 된다.

 

이번주 안에 모두 찾아야 한다는데... 주말이면 다시 대조기이기 때문에 구조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우리가 머무는 동안, 유니나 선생님과 안중근세례자요한 학생을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루가 지난 뒤,  운동장에 대기하고 있던 헬리콥터가 굉음을 낸다.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군인들은 이륙하려는 헬기를 향해 차렷자세로 서 있었다.

신원 확인을 마친 가족이 안산으로 가는 것이라고 한다. 

헬기가 이륙하자, 모두들 손을 흔들면서 눈물을 훔쳐낸다.

모두들 그랬을 터이지만, 나는 속으로 기도했다. 남은 가족들도 얼른 찾아주시라고...

 

저녁 7시가 되면 교우들이 한둘 모이고,  연도와 묵주기도가 시작된다.

체육관 미사에는 진도본당 교우님들이 매일 미사를 봉헌하러 오시고,

때론 그날 미사주례를 하시는 신부님의 본당 교우들이 함께 하기도 한다.

먼 거리라서 어렵긴 하겠지만, 타지역에서도 많이 참여하면 좋겠는데...

각자 할 수 있는만큼 함께 행동하면 좋겠는데...

 

제발, 가족들의 고통을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서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어야 할텐데...

이 나라에 진실과 정의가 바로 서야 할텐데...

 

 

체육관

 

 

 

 

 

 

 

 

 

 팽목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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