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free day
후배 세 명과 함께 산으로 향했다.
자주 다니는 도로를 지날 때마다 보던 표지판 <미타암>, 한 번 가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약 20여년 전에 천성산에 오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보았던 암자가 매우 인상적이어서 지금까지 눈에 선하기 때문에
혹시 그 암자인지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미타암을 지나 천성산 제2봉을 오르는 것이다.
우리집에서 가까운 메인 도로에서 마을버스를 타면 천성산 중턱에 이르고 그곳에서부터 걷는다.
자동차로는 우리집에서 약2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다.
정보에 의하면, 미타암에서부터 등하산 시간이 약 세시간 정도라고 한다. 그 정도면 해지기 전에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오늘은 한 자매가 마을버스 종점까지 태워주기로 했다. 시간이 좀 절약될테니 횡재다.
초행길이라도 네비게이션 덕에 맘 놓고 출발했는데, 중간에 네비께서 혼란스러우신지...
딱 한번의 실수이니 (^*^) 너그러운 마음으로 가던 길을 가는데, 마을 도로가 채 끝나기도 전에 어떤 분이 차를 세운다.
앗! 도로공사 때문에 자동차는 통행제한 중이라고 한다. 더 올라가려면 내려서 걸어가야 한다고.
모처럼 자동차 덕 좀 보려했더니... 오늘은 여기까지인가보다.
포크레인, 덤프트럭, 시멘트차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길을 우리 넷은 이리저리 비켜가며 열심히 걸었다.
바람이 쌀랑하고 낙엽들이 무리지어 뒹굴었다. 아!! 흙먼지는 좀 불어도 상큼한 겨울 초입이다.
한 50여 분만 가면 된다고 들었는데, 그보다 더 걸었던 것 같다. 날이 차가웠어도 비질비질 땀이 났다.
드디어 버스 종점에 이르렀다.
아주머니 두 분이 우리를 반기는 기색이다. 각각 천막에 매점을 차리고 계셨는데, 오뎅국물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있었다.
초행길을 잘 가기 위해서 두분께 등산로를 여쭸다.
하산 해서 우리집 가는 버스를 타려면
미타암을 통과해서 제2봉으로 갔다가 다시 미타암으로 와,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 제일 낫다고 했다.
그리고 돌아갈 때는 콘크리트 작업 중이므로 샛길로 내려가야 한다고 상세히 알려주었다.
우리는 정상에서 법수원쪽으로 내려올까 했더니, 두 분이 손사래를 친다.
그곳 스님이 길을 막아버렸다... 그냥 막은 것도 아니고 철망으로 둘레를 쳤다고...
왠지 불만이 묻어나는 말이었다.
"아니, 스님이 왜 그랬을까~ 모두 다니는 길을~ " 우리는 고개를 갸우뚱 할 뿐이었다.
가방에 따뜻한 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뎅을 한 그릇 사 먹었다.
길을 가르쳐준 아주머니들이 고마워서 공평하게 둘씩 짝지어서 두 곳에서... 아주머니들도 완전히 동의하는 표시가 얼굴에 역력했다.
우리가 치를 오뎅값은 2천8백원이었다.
아주머니는 거스름돈을 건네주면서 "아휴, 오늘 공치는 줄 알았는데, 개시해 줘서 고마워요"한다.
2천8백원인데, 좀 미안했다.
그래도 고마워하시니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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