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의 계절이다.
벌써 바닥을 드러내 휑한 논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연녹색을 띠면서 노란빛을 향해 물결쳐 가고 있는 논도 있다.
계절탓은 아닐텐데, 하루가 분주한 요즈음이다.
밀양으로 부산으로 서울로...제주도는 너무 멀어서...
아침에 청소를 하다가 삐긋 했다. 순간이다.
허리를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비틀어져 아우성치는 세상을 헤집고 다니느라
나 모르는 새 내 몸도 비틀어진 채 겨우 버텨내고 있었나보다.
조심조심 허리를 돌려본다.
유독 아픈 부위가 있다.
그 부위에 힘을 준 채 아픈 그대로 끙끙거리면서 혼자 힘주어 중얼거린다.
"아파야 낫는다..."
지금은 고통스런 시간들이지만
영원 안에서 그것은 은총의 결실이 될 것이라고, 읽는다.
지푸라기로 덮인 논을 보면서, 익어가는 낟알을 보면서, 땅바닥에 뒹구는 도토리, 알밤, 낙엽들
그리고 바람에 밀려 흩어졌다 모이면서 눈물 흘리는 검은 구름들을 보면서...
참 오묘한 원리, 죽어야 산다는 힘겨운 진리, 십자가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