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보며 하루를 사랑으로

물의노래/사랑안에거닐라

상념의 목요일

비아루까 2011. 10. 5. 21:07

 

 

한 곳에 오래 살았다.

수도자이니 주어지는 자리에서, 맡겨지는 일들을 하면서 일상을 살아간다.

그래서 때론 지루하기도 하다.

 

뭣 좀 없을까?...

몸도 찌뿌둥하고, 마음도 이리저리 뒤틀리고, 숨 쉬는 통로도 간간이 막히는 것 같아

몸도 좀 풀고, 마음도 다시 자리매김 하고, 숨도 확 트일 수 있도록

기지개를 켜며 담장 너머로 눈을 돌렸다.

S-CAMP에서 딴 세상을 만나볼까? ...

 

오랜만에 가방 들고 일상의 테두리를 넘어 내딛는 발걸음,

설렘과 두려움이 교대로 발맞추는 매주 목요일은 지리한 일상의 축제일과 같았다.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졌던 하루가

엿치기를 거듭한 조각난 엿처럼 바삭하고 짤막한 길이로 변해가고 있었다.

 

염불보다 젯밥!

처음부터 지식쌓기 보다는 담장 너머 세상구경을 위한 목요 여행이었으므로

시간 안에 만나는 사람, 사물, 자연, 모든 존재하는 것들을 마음에 담으려 애썼다.

비록 서로 무심히 지나치는 그런 만남이라 해도 하나하나 축복의 기도로 봉헌했다.

 

영성강의, 참 오랜만에 녹슨 마음을 샌드페이퍼로 다듬는 기분이었다.

경영강의, 처음 접하는 내용들 덕에 새로 배우는 재미도 쏠쏠했다.

하지만 영성이든 경영이든 모두 ’, ‘사람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떻게 하면 이 삶을 제대로 살 수 있을까?

한 번 뿐인 인생을 어떻게 그 목적대로 잘 경영할 수 있을까?

생의 끄트머리에 다다랐을 때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휴게실 게시판에는 S-CAMP 원우님들의 사진 뿐 아니라 STEP 원우님들의 사진들도 게시되어 있는데, 한 분 한 분 찬찬히 들여다 본 적이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저마다 나름대로 삶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 문화, 사회주의 문화, 자본주의 문화, 인본주의 문화, 동양문화, 서양문화,

개인주의 문화, 공동체 문화, 가정생활 문화, 수도생활 문화 ...

각기 선호하는 문화가 있고, 그 선호도에 따라 삶의 경영도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때로 서로에 대한 공감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하고,

때론 충돌을 빚기도 한다.

 

S-CAMPSTEP의 차이는 무엇일까?

목요 여행의 동반자인 S-CAMP 원우님들은

어떤 문화를 선호하고 서로 공감하며 삶의 시너지를 발생시킬까?

우리의 공통 문화는 어떤 것일까?

 

우리가 하늘나라의 시민이라면, 그리스도의 지체들이라면,

다름을 섭렵하면서도 뛰어넘는 하나의 문화,

즉 그리스도의 문화, 복음의 문화를 사는 삶을 경영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경영으로는 수지가 잘 들어맞지 않을 수 있고,

세상 물류의 흐름을 거슬러가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영혼의 이익을 내기 위해 포기해야 할 계정과목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대차대조표 항목이나 수치가 빈약할 수도 있고,

손익계산서의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로 빨갛게 적힐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가 하늘나라의 시민이라면,

S-CAMP가 하늘나라 사랑의 학교에 속해 있다면,

하늘나라의 문화에 따라 경영해야 할 것이다.

담장 안의 사람이라서 이런 턱없는 생각을 하는 걸까?”

 

기차를 타고 차창 밖, 먼 곳, 하늘을 응시하면서

이러한 상념들이 200km 속도로 내 마음과 영혼을 뚫고 지나간다,

매주 목요일마다....

 

 

'물의노래 > 사랑안에거닐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구  (0) 2011.10.17
암세포 예방법  (0) 2011.10.07
하느님만이 영원하시다  (0) 2011.09.29
안부인사  (0) 2011.09.11
변덕  (0) 2011.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