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29
여기서는 미사를 이곳저곳, 가고싶은 곳으로 가니 좋다.
4월 29일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축일을 맞아,
성녀의 성시가 모셔져 있는 미네르바 성당에 가서 미사를 하고 싶었다.
Basilica di Santa Maria Sopra Minerva.
동생수녀가 미사시간을 검색해보더니 포스터를 보여주었다.
아! 행사를 하는구나!
그런데 미사봉헌 장소가 11시 30분 Cappella del Transito Albergo Santa Chiara라고 되어 있다.
여긴 어디일까?
이 장소는 물론이고 미네르바 성당의 위치도 정확히 모르니
미리 가보자 싶어서 전날(28일) 혼자서 구글맵을 따라 찾아가보았다.
구글맵은 동서남북이 고정되어 있어 근방에서 헤매다가 주소지에 이르렀다.
그런데 성당문은 굳게 닫혀있고, 공사를 하는지 철조망까지 세워졌다.
그 앞에는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혹시 뒷문이 열렸을까 싶어 성당 주변을 한바퀴 돌았다. 하지만 허사였다.
성당 바로 앞에 무슨 Santa Chiara 라고 씌여있는 집이 있는데, 거기는 아닌 것 같고...
포기해야할 것 같아 미네르바 성당으로 갔다.
(후에 우연히 가타리나 성녀를 소개하는 유튜브를 보았는데,
Cappella del Transito Albergo Santa Chiara는 성녀가 돌아가신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호텔이지만...
그러고 보니 주소는 바로 이곳이었고 Santa Chiara라는 글자도 보았지만,
성당이리라는 고정관념을 넘을 수는 없었다.)
성당의 문은 열려있었으나 들어갈 수 없도록 문 바로 앞에 철망을 설치해놓았다. 내부수리중인 것 같았다.
수리중이어서 여기서 미사를 안 하나보다, 생각하며 철망에 붙어있는 포스터틀을 보았다.
그런데, 동생이 보여준 포스터에는 없는 미사시간이 있었다. 10시 미네르바 성당에서....
아, 이 미사에 참석하면 되겠다. 내일은 이 철망을 치우려나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29일 본날, 좀 여유있게 미네르바 성당에 도착했다.
그런데 어제와 똑같은 상황이다. 어떻게 하지? 어디로 들어가야 하지? 여기도 아닌 또 다른 곳인가?
철망에 붙어있는 포스터들을 보니 무슨 화살표를 죽죽 표시해 놓은 것이 있다.
입구가 여기 아닌 다른 곳인가? 혼자 기웃거리고 있는데 어떤 자매님도 나와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나는 물러나와서 어떤 부부에게 "Dove e' la Santa Messa?" 하면서 포스터를 가리켰다.
그들은 나에게 "Thank you." 하면서 미소 한 번, 고개 한 번 끄덕이며 돌아갔다.
아! 내 이태리어가 맞았는지도 모르겠고.... 하필이면 관광객에게 그것도 이태리어를 모르는 이들에게 물은 것!!
아마 화살표 방향을 따라가라는 뜻인가보다 싶어 발길을 옮겼다. 내가 찾아야 한다.
화살표 방향을 따라 가긴 했는데 도통 성당이 나타나질 않는다.
여긴 건물들이 비슷해서 주택인지 관공서인지 상점인지 구분이 어려운데... 도대체 어디인가?
하는 수 없이 본당의 저녁미사에 참석해야 하나보다 하면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좀 전에 성당 큰문 입구에서 보았던 자매님이 갑자기 나타났다.
촉이 움직였다. 저 자매님을 따라가자!!!
열심히 따라가는데 자매님이 골목으로 들어간다. 조그만 문이 열려있다. 조금 멀리 하늘 위에 종탑이 보인다.
저기구나!! 작은 문으로 들어가니 제대 바로 옆이다.
제대 앞쪽에만 의자가 몇 줄 남겨져 있고, 그 넓은 성당 안은 수리하는 모양새를 그대로 하고 있다.
그 자매는 모를지라도 나는 고마워서 그 자매가 어디 있나 둘러보았다.
그런데.... 도통 보이질 않는다. 어디 다른 곳으로 나갈 수도 없는데...
아직 사람들이 몇명 없었기 때문에 즉시 보일텐데... 몇번이나 둘러보았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온데간데 없다.
희한한 일이다!! 호수천사를 보내주셨다고 생각할 수밖에...
이곳에 오기 시작하면서부터 드는 생각은,
긴박한 때에 아슬아슬하게 그분이 뭔가를 하신다는 것, 그분은 살아 움직이고 계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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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정문 철망 앞 멀리 문 안으로 들어가는 수호천사 제대쪽에서 본 가타리나성녀 성모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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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아래 성녀의 성시가 안치되어 있는데(머리는 시에나의 가타리나 성당에), 이 날 특별히 문을 여나보다.
미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안쪽으로 들어가 대리석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한다.
나도 줄을 설까, 내가 들어가서 기도하는 모습을 사진찍어달라고 누군가에게 부탁해볼까, 생각했지만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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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젊은 사제는 성 도미니꼬 제대 앞에서 기도하고, 나는 거울에 비친 천정화를 카메라에 담고 있고....
그러나
두 마음 모두 하느님께로.....
바티칸, 천사의 성 옆에 서 있는 가타리나 성녀 상. 새삼스러운 만남에 반가움.
성녀 이름이 이태리어로 CATERINA라고 해서 나도 철자를 바꿔야 하나, 생각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답을 듣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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