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마음을 다스리려 해도 때론 헤집어질만큼 격한 풍랑에 휘말리는 듯한 경우가 있다.
어제 침묵에 나를 맡기는 중에 그랬다.
그런데, 비록 풍랑에 휘둘리는 듯해도, 더 깊은 곳에서 고요함이 느껴지는 때가 있다.
어제 침묵에 나를 맡기는 중에 그랬다.
그 고요함으로 인해,
설명이든 설득이든 변명이든, 잘잘못을 헤아리려는 마음보다는
그냥 상대의 마음이 더 헤아려져, 나 자신이 더 작아짐으로써 더 넓고 깊게 품어지는 때가 있다.
어제 침묵에 나를 맡기는 중에 그랬다.
격랑 아래의 평화,
이를 알아챌 때, 하느님이 하실 바를 기다리며 내가 할 몫을 담담하게 할 수 있다.
어제, 그 형제님께 저녁미사때 볼 수 있기를 바란다는 문자를 보냈다. 답은 없었다.
자매들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오늘 미사 때 오셨다.
내가 다가가 엄지척을 보이며, 차 한잔 하자고 했다.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내빼듯이 성당을 나가셨다.
집으로 가셨나보다.
다시 문자를 보냈다. 믿음으로 살자는 우리이니 잘 지내자고...
답이 왔다. 고맙고, 마음 상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형제님으로서 이런 언급을 하신다는 것 자체가,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하느님이 뭔가 하실 줄 알았다.
출렁이는 마음 그 아래에, 상대에 대한 '연민'이 보일 때,
결국은 하느님께 이름표를 달아드리게 될 것임을 알았다.
하느님 당신 이름은 '감동'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