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당 젊은 주임님께서 편찮으시다.
매일 병원에 다녀오신다.
지난 주간 주임님 일정을 보면 그럴만하다.
증상을 검색해 보니, 무즙이 좋다고 한다.
만들어보자.
무 한개가 있다.
믹서가 있는지 확인한다. 있다.
천천히 무를 썬다.
어제 의사 선생님께서 내게 되도록 팔을 쓰지 말라고 했지만
무를 잘게 썬다.
믹서기에 갈아서 체에 거른다. 팔에 힘이 들어간다.
꿀을 약간 섞어 힘껏 젓는다.
간을 본다. 내 입맛과 반대이니...
천천히 움직이면서 혼자 묻고 답한다.
"내가 굳이 이걸 만들어야 하나?"
"살아있을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잖아."
"이걸 만드는 내겐 뭐가 남지?"
"사랑이 남겠지."
내 생애 처음 만든 무즙이다.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