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보며 하루를 사랑으로

하늘비/루카

당신께 묻습니다. (루카 9,43ㄴ-45)

비아루까 2014. 9. 26. 21:56

 

9월 23일, 세월호 참사 160일째,

진도 팽목항 '기도 지킴이' 를 마치던 그날,

귀가를 위한 출발을 기다리며 진도 성당의 성체 앞에 앉았을 때,

내 마음 속에 줄곧 자리하던 물음이 다시 강하게 올라왔습니다.

 

"하느님, 그 참사가 왜 하필이면 진도에서 일어났습니까?

 진도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합니까?

 어부들은 사고 현장의 생생함 때문에 생업을 잇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곳의 사람들은 그곳의 어조류를 반기지 않는답니다.

 왜 전라도 사람들이 항상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겁니까? ..."

 

" 그들은 내가 믿고 맡길만한 사람들이다.

  나몰라라 하지 않을 사람들이다."

 

그 말씀에 수긍과 공감이 올라왔습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고통을 나눌 누군가를 바라신다.

지금 그들은 하느님과 함께 하느님의 일을 하고 있다,

고통 당하면서... "

 

내 안에서 용기가 차 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제, 슬퍼하지 않으리라.

언제까지, 어디까지일지 모르지만 끝까지 가리라...

 

돌아오는 길, 노랑연둣빛을 띄어가는 논들을 바라보며 하느님께 말씀드렸습니다.

"하느님, 그들을 축복하셔야 합니다. 축복 주셔야 합니다.

이 세상에서 다 못한다면, 천국에서 꼭 축복 주셔야 합니다, 꼭..."

 

오늘 복음말씀을 보면,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고, 묻는 것조차 두려워하였습니다.

'살아내는 것'은 더욱 두려웠을 것입니다.

 

살기 위해서는 두려움에서 해방되어야 합니다.

두려움에서 해방되는 길은 '아는 것'이고,

알기 위한 길은 '묻는 것'입니다.

 

"예수님, 당신께 묻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두렵습니까?" 

그분께서 대답하실 것 같습니다.

"나, 너에게 기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