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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노래/사랑안에거닐라

성 금요일-어둠 깊은 데서

비아루까 2014. 4. 18. 20:58

 

16일 이후 우울하다. 공동체에서는 조일을 지키고 있다.

 

파스카 삼일을 맞아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기념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여객선<세월호> 전복사태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겹쳐왔기  때문이다. 

 

"누구의 죄 때문입니까?"

자꾸만 묻게 된다.

 

죄를 짓고 악을 저지르는 이가 따로 있고,

그 저질러지는 악행 때문에 고통받고 죽음으로 내몰리는 이들이 따로 있는,

우리네 사는 꼴이 답답하고 야속하고 밉기까지 하다.

 

오늘 성금요일 전례 때, 제1독서 낭독을 맡았다.

이사야서의 말씀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다가 목이 차 올랐다.

성경속의 의인과 찬 바닷물 속에 엉켜있을 학생들이 하나로 떠올라왔기 때문이다.

계속 읽을 수 있을지 그만두고 단에서 내려와야 할 지 망설여지기까지 했다.

읽다가 멈추기를 몇차례 반복하면서 겨우 낭독을 마쳤다.

 

 (이사 53,1-12) 

" 우리가 들은 것을 누가 믿었던가?

주님의 권능이 누구에게 드러났던가?

그는 주님 앞에서 가까스로 돋아난 새순처럼,

메마른 땅의 뿌리처럼 자라났다.

그에게는 우리가 우러러볼 만한 풍채도 위엄도 없었으며

우리가 바랄 만한 모습도 없었다.

사람들에게 멸시받고 배척당한 그는

고통의 사람, 병고에 익숙한 이였다.

남들이 그를 보고 얼굴을 가릴 만큼

그는 멸시만 받았으며 우리도 그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렇지만 그는 우리의 병고를 메고 갔으며

우리의 고통을 짊어졌다.

그런데 우리는 그를 벌받은 자,

하느님께 매맞은 자, 천대받은 자로 여겼다.

그러나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악행 때문이고

그가 으스러진 것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다.

우리의 평화를 위하여 그가 징벌을 받았고

그의 상처로 우리는 나았다.

우리는 모두 양 떼처럼 길을 잃고

저마다 제 길을 따라갔지만

주님께서는 우리 모두의 죄악이

그에게 떨어지게 하셨다.

학대받고 천대받았지만

그는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털 깎는 사람 앞에 잠자코 서 있는 어미 양처럼

그는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

그가 구속되어 판결을 받고 제거되었지만

누가 그의 운명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던가?

정녕 그는 산 이들의 땅에서 잘려 나가고

내 백성의 악행 때문에 고난을 당하였다.

폭행을 저지르지도 않고

거짓을 입에 담지도 않았건만

그는 악인들과 함께 묻히고

그는 죽어서 부자들과 함께 묻혔다.

 

그러나 그를 으스러뜨리고자 하신 것은 주님의 뜻이었고

그분께서 그를 병고에 시달리게 하셨다.

그가 자신을 속죄 제물로 내놓으면

그는 후손을 보며 오래 살고

그를 통하여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리라.

 

그는 제 고난의 끝에 빛을 보고

자기의 예지로 흡족해하리라.

의로운 나의 종은 많은 이들을 의롭게 하고

그들의 죄악을 짊어지리라.

그러므로 나는 그가 귀인들과 함께 제 몫을 차지하고

강자들과 함께 전리품을 나누게 하리라.

이는 그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버리고

무법자들 가운데 하나로 헤아려졌기 때문이다.

또 그가 많은 이들의 죄를 메고 갔으며

무법자들을 위하여 빌었기 때문이다. "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아니다. 결코 아니다.

하느님은 당신께서 창조하시고 '참 좋다!'고 하신 생명들로 자신의 영광을 '착복'하는 분이 아니다.

그렇게 할 수 없는 분이다.

 

2천년 전 베들레헴에서 학살당한 무죄한 아기들을, 그의 부모들을 생각한다.

그들의 죽음은 아기 예수가 태어났기 때문인가? 아니다. 결코 아니다.

권력욕에 잡혀 어둠의 자식이 되기로 선택한 헤로데가 저지른 악행 때문이다.

 

섭리의 하느님은

우리를 장난감 가지고 놀듯이 하는 분이 아니다.

우리가 저질러 놓은 악행을 내몰라라 하지 못하시고 뒷치닥거리하는 분이시다.

어떻게든 선에로 이끌어가는 분이시다.

+ 하느님, 무죄하게 죽음을 당한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돈으로 남의 목숨을 거래하는 이들, 인격이 물질화된 이들, 참 인간이기를 포기한 이들, 오늘의 헤로데들...

그들을 위해서는 어떤 기도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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