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돌이와 올가미
무더위와 장마가 오가는 때라서 낮 동안에는 건물 내에, 그늘 아래 있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도 여기는 산 아래라서 도시보다 3도 정도는 기온이 낮다. 교통이 조금 불편하다는 것 외에는 최상의 생활지역이다.
저녁식사 후에 한 자매와 동네 산책을 했다.
동네라고 해야 몇 집 안 되고, 더욱이 우리 집부터 안쪽으로는 집 다섯 채뿐이다.
그것도 하나는 절, 하나는 굿당, 두 채는 주인이 가끔씩 오는 집이니 저녁나절이면 사람도, 자동차도 다니지 않는 조용한 산 속이다.
조용한 동네 길을 따라 걸었다.
절 가까이 이르자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진돗개 복돌이가 뛰어 나온다.
그 뒤에서는 똑순이가 몸을 비비 꼬면서 반색하며 따라온다.
반가워 뛰오르면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우리는 빗물 먹고 훌쩍 자라있는 고사리를 꺾었다.
칡넝쿨이 무성한데 꽃은 언제 피려는지 물었다.
도라지꽃을 딸까말까 망설였다.
호박은 꽃보다 잎이 더 무성하네, 말을 걸었다.
시원한 길목에 서서는 바람을 맞았다.
오가는 길에 모기에게 헌혈 당할 때 긁지 않는 수련도 했다.
이런 자연 속에서 살게 된 것에 감사하면서 집 앞에 다다랐을 때
“캥캥컹크앙...” 복돌이가 내는 괴성이 들렸다.
어느새 올라갔는지 우리 집 텃밭에서 저 혼자 몸부림을 친다.
뭔가를 잡았나, 생각했다.
그런데 괴성이 그치는가 싶더니 더 큰 소리로 울려 퍼졌다.
둘이 쫓아 올라갔다.
복돌이는 제 몸을, 다리쪽을 물어뜯는 것 같아서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혹시 어떤 위험한 동물을 잡았는지... 무서웠기 때문이다.
자매는 무얼 잡아먹는가보다고 했지만, 내가 자세히 보니 가느다란 줄이 보였다.
줄에 걸렸다!
둘이서 가까이 가 보니, 고라니를 잡으려고 쳐 놓은 올가미에 걸려든 것이다.
혼자서 침을 질질 흘리면서 그 철사를 끊어내려고 그렇게 괴성을 질러댄 것이다.
발을 휘둘러댈수록 줄은 점점 더 조여든다.
안되겠다 싶어서 급히 가위를 찾아왔다.
자매는 복돌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진정시키고 나는 조심스레 발의 철사를 끊으려고 가위를 가만히 넣었다.
그런데 철사가 가늘기는 해도 여러 겹을 꼬아 만든 거라서 쉽게 잘리지 않았다.
복돌이가 아프다고 ‘크앙’하면서 물으려 한다.
하는 수 없이 철사를 길게 끊었다. 그것도 몇 차례 가위질을 한 후에야 가능했다.
복돌이는 아직도 철사에 감겨있는 발을 쳐들고 깨갱거린다.
내일 의사를 부르든가 해야지 이대로는 어찌 할 수가 없다.
“복돌아, 집에 가라, 복돌아 가~ ”달랬지만, 복돌이는 쉽사리 걸음을 떼지 못하고,
가다가는 주저앉고, 주저앉고 한다.
해는 벌써 넘아가고 어둠이 잦아들고 있었다.
복돌이는 한참을 자매들 옆에 그렇게 앉아 있다가 겨우 좇겨서 돌아갔다.
밤새 끙끙거릴 천방지축 복돌이가 걱정되고 스님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