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루까 2012. 9. 11. 17:24

풀은 나무 아래로 초록 비단처럼 부드럽게 펼쳐져 있다. 태양이 대지를 내리쬐고 고요 속에서 바람에 나뭇가지들이 일렁였다.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이 모든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축적된 경험으로 묘사해 보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능력 밖의 일이었다. 실재는 우리가 알 수 있는 영역 너머에 있다. 내가 그려보려고 애쓰는 것은 경험이 아니다. 경험하는 것의 실재는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표현하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실재로 표현하는 것은 다른 것, 그것에 대한 우리의 경험이다. 실재의 순간은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경험한 것을 묘사하는 것이다.

실재에 접근하는 비결은 경험이 선입견에 좌우되지 않고 대상 안에 빠지는 것이다. 파악하려고 애쓰지 말고 있는 그대로 대상 안에 잠기는 것이다.

 

토마스 머튼 [시간]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