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가는 한 해와 또 오는 한 해가 이어지는 어느 시점 내내 깨어있었다.
감상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그냥 그렇게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정신은 점점 더 하얘지는 것 같았다.
해를 넘기는 폭죽 소리가 내 속에서 번득이고...
내 뜻 없이 이렇게 깨어있음에는 어떤, 의미가 있으리라.
아침에는 앞산 자락길을 걸었다. 혼자서.
나는 무엇 때문에 이 새로운 시간 안에 이렇게 숨쉬고 있는 건지,
내게 주어진 이 길을 어떻게 가야할 지...
둘이서 서넛이서 혹은 혼자서 걷는 이들을
마주하고 보내면서
문득,
내가 혼자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전에 줄이 하나 끊어진 채로 한쪽 벽에 기대 서 있는 기타를 바라보았다.
한쪽 귀퉁이에 서서
어느 만큼의 불만, 하소연, 기쁨, 내 마음의 얘기들을 다 받아주는 친구.
늘, 새 줄을 끼워줘야지 하면서도 아직도 그대로 두고 있었다.
오늘은 기타를 부둥켜 안고 새 줄을 끼웠다.
A (라) 음이다.
A(라)는 기본음이다.
이 음을 기준으로 다른 음들을 맞춘다.
한 해의 시작,
나의 '기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나는 '홀로' 가는 사람이다.
나는 그간 '기본음' 없이 소리를 내 왔는지도 모른다.
나의 '기본음'을 기억해야 한다.
'기본음'을 귀기울여 들으면서
내 음, 내 소리을 '홀로' 울려내야 한다.
저마다 모두 그렇게 제 음을 홀로 울려내는 것이리라.
둘이나 서넛이 한데 모여 걸어도...
임진년 첫날
나도 하늘로 오르고 싶다.
하늘님 계신 곳으로 오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