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노래/사랑안에거닐라

나가사키 수학여행

비아루까 2011. 11. 13. 20:02

2011. 11.09. 수

 

나가사키 원폭 중심부 가까이에 조성된 평화공원.

계단을 올라가면 제일먼저 분수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평화, 생명의 샘으로서 일년 내내 그침없이 솟고 있다고 한다.

원폭을 맞은 이들은 속이 타 들어가기 때문에

가장 먼저 물! 물!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 뒤 양 옆으로 옛 감옥터가 있다.

한 단 정도의 돌이 선을 긋듯 놓여있다.

정치범들이 수용되던 곳인데

거기 조선인들도 갇혀있었다고 한다.

 

공원 가장 끝부분에 커다란 동상이 있다.

앉아있는 모습인데

오른쪽 다리를 왼쪽 다리 위에 얹고 있다.

그것은 보살의 앉은 자세라 한다.

오른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왼손은 앞쪽을 가리키고 있다.

앞쪽은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을 향한 것이고

하늘은 신이 있는 곳을 말한다.

그 외 설명을 좀 들었는데 가물가물하다.

 

그보다

내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은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우선 평화를 기원하며 접어 온 학을 제단에 봉헌하고

자신들이 적어 온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낭독한다.

그리고 모두 머리 숙여 묵념한다.

그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렸는데

그 누구도 우산을 받쳐들거나 모자조차도 쓰고 있는 학생이 없었다.

경건한 종교의식과도 흡사했다.

 

예를 마치고

안내원들의 설명을 들는다.

아이들은 저마다 공책에 기록한다.

너나 없이 모두

 한 손에는 공책, 한 손에는 연필을 들고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학생들(가깝게는 나 자신)과 드러나게 다른 점이었다.

그들은 '수학여행'의 본 뜻대로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잠시 나의 어릴 적 수학여행의 모습

그리고 우리 어른들의 성지순례 모습 등

그룹이나 단체로 움직이는 모습들이 떠 올랐다.

왠지 씁쓸했다.

 

평화공원 외의 몇 곳을 더 방문했다.

가는 곳마다 수학여행 온 어린이, 학생들이 있었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그 아이들은 뭔가를 적고, 그림까지 그리고 있었다.

각자의 작업이 끝나면 네다섯명이 그룹을 지어 나누기를 하고

전체적으로 모여 종합함으로써 비로소 수학여행을 마친다고 한다.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나라 교육의 제도나 실제들을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