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노래/사랑안에거닐라
비우면서 살자
비아루까
2024. 2. 11. 20:19
인수인계를 위해 언제언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필요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마음이 당기질 않는다.
그래도 가야겠지.
여기 지금 있는 곳에서는 떠나고
가야 할 곳 거기에는 가지 못해 붕~ 떠있는 느낌이다.
집안 구석구석 정리하고 청소하며
간간이 성경관련 책을 읽으며 지내고 있다.
인수인계 위해 출타할 때 동행해 주겠다는 자매님이 있어서
가는 길에 가져가려고 부랴부랴 짐을 두어개 꾸렸다.
움직이는 길에 파일 정리를 했다.
내 소유가 아니라 전임자가 남기고 간 것인데,
이곳에 온 첫날부터 외면해왔던 것들이다.
만들 때는 필요해서 했을텐데,
필요가 없어졌으면 본인이 처리를 하고 가야했다.
도대체????
나도 나몰라라 그냥 책꽂이에 꽂아놓고 가면 그만일지도 모르나,
그럴 수는 없다.
파일에 꽂혀있는 복사용지를 하나하나 빼내면서
넘기는 페이지가 두꺼워질수록 내 속에서는 부글부글 열이 차 올랐다.
무책임이 남기는 것들은 쓰레기로 연결된다는 생각이
기름처럼 흩뿌려져 열이 쉬이 가라앉질 않는다.
그래도 마음 속 짜증과 원망의 불길을 가라앉히려 계속 되뇌었다.
"감사합니다. 양심을 거스르지 않고
이 원망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손가락을 움직이게 해 주셔서..."
나는 내 뒤에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한 장소를 떠나고, 마지막으로 이 세상을 떠날 때
남기는 것 없이 가고싶은 것이 내 바람이다.
빈 파일이 하나둘 쌓이면서 내 속도 조금씩 비워져간다.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은 아직 일어나질 않는다.
이 불길이 재가 되면 새 불씨가 일어나려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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