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루까 2021. 9. 24. 09:45

가을이 완연하다.

감나무에 다닥다닥 열매가 달려있다.

미처 돌봄받지 못한 채  맺힌 '제 나름'의 결실이다.

모양새가 볼품이 없다.

서로 최선을 다 해 제 몫을 살아내느라 안간힘을 쓴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제 구실 다 못한다고 자책하는 부모의 마음이 이럴까...

이렇게 커 준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내년에는 거름도 주고 접과도 해 주리라 마음 먹는다.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열린 창문 밖에 순하게 서 있는 감나무를 바라본다.

새소리, 바람, 뭉게구름, 아침 햇살,

살랑거림이 모두 그와 한 통속이다.

수고했다, 저들끼리 서로 위로하며 어루만져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나도 그 안에 끼이고 싶어 가만히 귀기울인다.

이런 말들을 속삭이고 있네!

"주여, 잘난 체하는 마음 내게 없삽고, 눈만 높은 이 몸도 아니오이다.

한다한 일들은 좇지도 아니하고, 내게 겨운 일들은 하지도 않나이다."

나도 그리 살라는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