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노래/사랑안에거닐라

비약인가 통찰인가

비아루까 2021. 7. 18. 15:34

내가 주로 하는 일은 공동체의 '민원처리' 담당과 주위 '환경미화' 업무다.

건물관리, 생활에 관련해 소소히 발생하는 잡무들, 늘 해야 하는 제초작업 등과 더불어

사람간에 약간씩 어긋나는 결을 최대한 맞춰주어야 하는 심적인 것을 포함한다.

 

큰 일을 해결하는 데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겠지만

작은 것들도 그에 못지 않다.

(그 가벼운 눈송이들이 무수히 내려앉아 굵은 나뭇가지를 꺾듯이...)

 

풀들은 쑥쑥 올라오고, 뽑으면 또 나오려고 줄줄이 대기 중이라 하고,

연산홍은 꽃이 진 후부터 적어도 7월 초까지는 전지를 해줘야 한다고 한다.

때에 맞게 손질을 해야 하니, 할 수 있는 만큼 작업을 한다.

나는 전지에 대해서는 일자 무식이지만, 연산홍은 내가 자르고 싶은대로 잘라도 된다 하니

그야말로 내 맘대로, 그저 동글동글 가지치기를 한다. 훨씬 단정하고 깔끔해보인다.

하지만 안 하다가 하는 작업이라서 그런지 체력이 점점 달리는 것을 느꼈다.

 

대략 한 달 전부터인가는, 오른쪽 검지손가락 관절쪽이 뭔가 스치기만 해도 자지러질 정도로 아팠다.

가능한 사용하지 않으려 조심했다.

그런데 그 후 어느날 아침엔, 갑자기 가운데 손가락이 접히지 않는 것이다. 억지로 구겨서 접으면 펴지질 않고...

나도 모르게 검지를 피해서 중지를 과하게 사용했나보다.

낮동안 손을 움직이면 조금 나아지긴 하니, 다시 가위질을 하고 풀을 뽑고...

 

지난 월요일엔 작업이 유독 힘에 부쳤다. 너무 더워서 그런가....

가위질 한 번 하고는 숨 한 번 쉬기를 반복했고, 급기야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몇그루만 하면 한 구역을 마칠 수 있으니 큰 숨을 쉬어 가며 겨우 전지를 마쳤다. 

아직 전지를 기다리는 나무들은 여전히 남겨진 상황이지만....

 

그런데 그 다음날, 갑자기 몸이 근질거렸다.

벌레에 물렸나, 땀띠가 났나 싶었는데, 전신에 두드러기가 일었다. 

목에서부터 서서히..... 발등까지 부풀었다.

하룻밤은 긁지 않기 위해 온전히 깨어있어야 했다.

하는 수없이 주사를 맞고 약을 받아 먹었다.

하지만 잠시 가라앉았다가는 다시 부풀어오르기를 너댓세 .

 

약도 다 먹었는데, 또 병원에 가야 할지 망설이는 중에,

자매 한 명이 안부 전화를 했다가, 내 얘기를 듣고는, 해독주스를 해 먹어보라고 했다.

평소 그런데는 관심 없는 나이지만,

그렇게라도 해봐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두드러기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또 한 편, 함께 사는 자매 한 명이 불현듯 주스 이야기를 했다.

내용인 즉, 몸의 장기 중 가장 나중에 나빠지는 것이 신장인데, 그 증후가 두드러기라고,

이 주스는 세포 하나하나를 깨끗하게 해줌으로써 몸의 회복을 돕는다는데,

본인이 먹어본 바로는 효과가 있다고.... 뭐, 그런 내용이다. 

그러고는, 마침 누군가 그 주스를 하나 보내왔다고 하면서 아침저녁으로 챙겨주었다, 고맙게도...

주스를 마신 후 즉시 온 몸이 더욱 벌겋게 되고 좁쌀같은 두드러기가 솟아 가렵기 시작했다.

명현반응이고, 한시간 쯤 지나면 사라진다더니, 정말 붉고 가려운 기운이 사라졌다.

그렇게 이틀을 받아 마셨는데, 

오!! 오늘 아침엔 두드러기가 솟지 않는 것이다. 

신기하다!!

 

주사? 약? 소금물? 며칠 외부작업 휴식? 주스? 무엇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거의 나았다.

어느 것 하나 때문이라기보다 겪으며 지나는 동안 어느 시점엔가 나았을 것이다.

 

병이 나는 것도, 병이 낫는 것도

나 모르는 사이 제 환경에 따라 나기도 하고 낫기도 하는가 보다.

저절로 자라나는 씨앗처럼,

겨자씨 한 알이 큰 나무가 되는 것처럼,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것처럼,

 

고통 중에 있는 이들에게 꼭 주어졌으면 좋겠다, 고진감래, 파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