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노래/사랑안에거닐라

자가격리 예지몽

비아루까 2020. 8. 14. 19:18

정도를 가늠할 수 없는 장마로 곳곳에 피해가 넘쳐나는 때,

집콕이 가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휴가를 갔다. 

내게 꼭 쉼이 필요해서가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도 쉼을 위해서는 충분한 환경이다.

다만, 가족들 얼굴 보기 위해서다.

얼굴을 본다고 반색하며 기뻐할 것도 아니고, 매일 알콩달콩 이야기 꽃을 피울 일도 별로 없다.

오히려 멀뚱멀뚱 싱거운 시간 속에 그저 한 공간에 있는 것으로 그치기도 하는데,

그래도 으례 휴가 때는 본가를 찾는다.

이유는 단 하나, 가족이니까.

 

그렇게 무위도식 집콕을 거의 마쳐갈 즈음,

어제 급작스레 언니 학생의 부고를 받았다.

밤을 달려 부랴부랴 청주로 갔다가 오늘 언니와 함께 내 사는 곳으로 내려오는 길,

이상하게 마음에 약간 불안함이 느껴졌다. 불안할 일이 없는데...

 

오는 길에 주임님의 전화를 받았다.

"오고 계세요? 죄송한데요, 3일간 격리하셔야 한답니다."

어제오늘사이 경기도 지역에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에, 내가 자가격리 대상이 된 것이다.

난 집콕하다가 왔는데...

 

아, 이 황당~함.....

주임님도 황당함은 마찬가지인 듯했다.

하지만 지침이 내려왔다니 어쩔 수 없는 일...... 

 

자가격리,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우울모드로 떨어지는 마음을 느꼈다.

아, 이래서 자가격리 중 이탈하는 사람이 생기는구나, 조금이나마 그들의 심정이 이해되었다.

뉴스에서 이탈상황을 들었을 때, 난 그들을 탓했었는데...

 

집에 돌아왔는데, 체온계가 문 앞에 놓여있다.

하루 두 번 이상 체온을 재야 하고,

함께 생활하는 자매들과도 만나면 안 된단다.

그릇도 일회용을 사용하고 처리해야 한단다.

만일 화장실이 별도로 없다면 나는 장병숙소에서 격리해야 한다고...

다행히 우리 수녀원은 화장실이 두개라서 장병숙소까지는 안 가도 되겠다.

 

어제, 한 자매님이 나타나 나를 무척 반기더니 이내 나를 버려두고 어디론가 가버린 꿈을 꾸었다.

거 참 이상한 꿈이다 싶었는데, 오늘 집에 돌아와서 들으니,

그 자매님 가족이 서울, 경기도 다녀왔는데 그 집 형제님에게 이틀 자가격리 명령이 떨어졌다고....

 

어제 그 꿈이 예지몽이었나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