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도 나만큼
2019. 12. 11.
아침부터 눈이 올 듯, 미세먼지인 듯 날이 꾸무리하다.
내 마음도 가라앉은 채 하루를 시작한다. 날씨와는 전혀 무관하다. 날씨는 날씨대로 나는 나대로...
마음이 가라앉은 이유는 대략 감이 잡힌다. 그래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지내야 할지 나름 '시나리오'를 설정해 본다.
하지만 진취적이거나 긍정적이지 않다. 회피성이고 그에 따르는 결과도 어떨지 예상이 된다.
매일 매순간이 선택이다.
그런데 그 선택과 결정의 내용이 나로서는 '시답잖은 것'으로 여겨져 속상한 것이다.
속상한 이유는, 좀 더 거창한 것, 좀 더 거시적인 것, 좀 더 보편적인 것 등....
어쩌면 나와 무관한, 허세에 속하는 것들에 눈독을 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면서 인류를 사랑한다는 것'은 거짓이라 했던가?
그 말이 맞다. 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이, 모든 이의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가, 생경하다.
생각과 마음의 움직임과 행위가 서로 달리 할 때, 견뎌내기가 쉽지 않다.
신체적 에너지가 약해져서인가 아니면 내면이 더 섬세해져서인가 아니면 나이를 헛먹은 탓인가.... 혼란스러운 경우가 허다하다.
마음의 갈피가 잡히질 않아, 밖으로 나선다.
찬바람 쐬며 좀 걸으면 나을 것 같아 뉴스를 크게 튼 채로 계단을 뛰어 내려가다가 자매님들을 만났다.
당연히 '이 저녁시간에 어디 가느냐?'고 묻는다.
'심란해서 좀 걸으려고요.' 이 말이라도 하면 속이 좀 트일 것 같았다.
자매님들이 이내 묻는다. "그러면 안되지~~ 저녁 드셨어요? 함께 저녁 먹으러 가요." 한다.
나도 이내 "좋아요." 한다.
호의를 베풀고 받는 두 마음이 머뭇거림 없이 악수를 한다.
순간 나는 생각한다. 그분께서 "내가 너와 함께 있다."고 말씀하신다고...
붉은 달이 둥그런 그 밤에 자매님들 안에서 그분을 본다. 나만큼 애쓰고 계시는 그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