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노래/사랑안에거닐라
아무도 모르라고
비아루까
2018. 12. 3. 17:23
2018. 12. 02. 주일
대림, 전례력으로 새해가 시작되었다.
4주간 후 성탄축일에 쓸 장식 재료들을 정리했다.
종탑에 어수선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들을 젊은 형제님들이 들고 내려와 마당에 즐비하게 늘어 놓았다.
자매들은 사용할 것과 처분할 것을 분리했다.
트리와 소소한 장식들을 쌌던 상자, 신문지, 비닐 등을 벗겨냈다.
오래된 목각 구유세트는 아나바다에 올려 임자를 찾았다.
모두들 재바르게 움직였다.
속이 출출할 시간이어서 그랬나...
점심식사를 하러 삼삼오오 흩어졌다.
나는 쓰레기장에 가 봐야 할 것이다.
여럿이 일을 하다보면 뒷마무리는 허접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병원에 입원한 자매를 방문하고 돌아와 바야흐로 모두들 집으로 돌아간 뒤, 쓰레기장엘 갔다.
역시나 상자, 신문지들이 제멋대로 던져져 아우성인 모양새다.
예상은 했지만 확실한 상황이 좀 착잡했다.
내일 새벽에 수거하러 올텐데...
내 부모님이 재활용품을 수거하러 다닌다면,
재활용품을 수거해 가는 분들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내 몫이다!
음악을 틀고 장갑을 끼고, 주먹을 한 번 힘껏 포개고...
아무렇게나 구겨놓은 신문지는 다시 펴서 상자에 차곡차곡 넣었다.
부드득부드득 상자에서 비닐을 뜯어내고 크기에 맞게 쌓았다.
양이 제법 됐다. 가져가기 좋게 앞쪽으로 끌어다 놓았다.
허리가 잘 펴지지 않고 몸은 뻐근했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시간이 주어졌고, 내 몸이 감당할만하고, 지구를 살리고 싶고, 사람도 존중하고 사랑하고 싶고....
아무도 모르게 홀로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