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루까 2017. 2. 10. 11:14


내가 좀 비실거리는 것 같았는지

그저께 동생 수녀님이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고기 한 조각을 꺼내놓았다.

그런데 갑자기 방문객을 맞아하고 이 일 저 일 하다보니 그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 동생 수녀님이 그 고기를 더 이상 두면 안 되니 먹어야 한다고 했다.

아침에.... 내 몫인데....

고기를 구웠다. 많이 질겼다.  한 점 먹고 나서 그만 먹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맛이 없어서보다는 상했을지 몰라서이다.

어쩌면 기분이 그런건지도 모르지만 특히 단백질과는 조심스런 관계인 나로서는 그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기를 작게 잘랐다.

우리집 견공 미미를 불렀다. 고개를 빼꼼히 내밀더니 이내 달려온다.

역시나 새끼 맹물이와 샘물이까지 꼬리가 떨어져라 흔들며 따라온다. 얘들은 한식구니까.

고기조각 하나를 꺼내니 견공 셋이 겅중겅중 깡충깡충 뒤엉켜 뛰어오른다.

장유유서... 미미부터 하나씩 입에 넣어줬다.

그 다음에 샘물이, 맹물이 순서로. 꿀떡꿀떡... 초롱초롱...

그렇게 순서대로 두번 정도 나누어 주었더니 이 견공들이 이내 알아차린다.

차분히 제 순서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고기 한 점을 먹기 위해서 이 개들도  막무가내로 끝까지 달려들질 않는데,

어떤 인간들은 끝까지 집어삼키기 위해 막무가내로 달겨든다.

혹,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라는 말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