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기면서/시글시글

들길에 서서 / 신석정

비아루까 2016. 10. 16. 15:56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말씀이 정말 그럴까 싶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은, 마음이 간절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바꾸어 말하고 싶다.

참참참 게으른 나를 본다.
생각만 책임감 없이 온 천지사방으로 헤맨다.

'"떠난다, 간다, 발길 닿는대로, 길 위에서, 낯선 곳으로, 함께, 멀리, 산꼭대기, 강물, 홀로, 별밤, 칠흙, 외로움, 연대......."
그럴수록 몸은 더욱 고집스레 꼼짝하지 않게 되고, 생각만 생각만 자기를 부풀리는 악순환의 고리.
감옥이다.

방종죄를 뒤집어 쓴 생각의 감옥에서 풀려나기 위해,
몸이 먼저 일어나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시를 베껴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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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길에 서서 / 신석정

푸른 산이 흰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우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림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