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덖는 날
2016. 03.26. 목련꽃 덖는 날
고성 수도원 산자락, 십자가의 길에 늘어선 목련나무들.
거의가 산목련이다. 개량종이 있으면 좋겠는데...
산 언저리를 거의 훑다시피 돌아본 결과, 딱 한 그루를 발견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목련나무는 키가 커서, 우리 형제님이 사다리 타고 올라가, 긴~ 장대가위로 꽃송이를 따 준다.
마치 별을 따듯이...
그러면 우리는 나무 아래서 두 손을 꽃봉오리만큼 벌린다.
꽃봉오리가 두 손 가득 내려앉으면 우리는 환호를 한다.
가끔씩 꽃이 우리 얼굴 위에 털썩 내려도 도대체 아프지 않다.
트랙터로 돌 튀기며 밭갈이 하던 형제님,
그 얼굴에서도 하얀 목련꽃이 벙그랗게 피어난다.
우린 모두 그렇게 연하고 순진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
꽃을 가까이 하면 꽃이 되나보다.
이 꽃은 산목련.
꽃잎의 빛깔도 새하얗고, 향기 또한 진하면서도 순하다.
봉오리를 살짝 벌린 모양은 정말 수줍은 새악시 같다.
특히, 꽃받침 바로 곁의 진분홍 결은 단순함에 고결함을 더 해 순결함의 극치를 이룬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답다.
우리 옆집 자매님에게 백목련차를 한 병 선물해 드렸다.
그 후로 자매님도 천지에 목련에게만 눈이 간다고...
당신 집 마당에 자목련이 입을 벌리려 하니 얼른 오라고 하셨다.
평소에 그냥 예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귀하게 새로 탄생한다니 감동스럽다고 하신다.
그래서 당신 집 목련도 얼런 데려가라고...
꽃잎의 빛깔이 매혹적이다.
지난 해에 자목련을 덖을 때는 수월치 않았고, 그래서인지 차 색깔을 별로 내주지 않았는데...
올해...
옅은 와인색이 이렇게 매혹적일 수가...
자매들과 모임이 있는 날, 꽃 한 송이로 우주적인 감동을 나누었다.
꽃들에게 감사, 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