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마지막 날
2015. 8. 8. 토
캠프 마지막날.
책읽기에 재미가 조금 붙으려 하는데, 끝이다.
가장 좋았기 때문에 못내 아쉬운 것은, 아침에 몸이 원하는 때에 일어난다는 것!
그런가 하면,
캠프기간 내내 어르신들은
마치 전기도 들지 않는 두메산골 아낙들처럼
해 지면 어둠과 함께 하루를 마치고, 해 뜨면 시간 막론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일과를 지냈다.
어떤 분은 새벽 3시 반에 홀연히 일어나 된장국을 끓여, 보글보글 맛난 아침을 해 드시기도 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천지인, 하늘과 땅을 벗삼아 자연인으로 지낸 날들이었다.
마지막 날 저녁, 늦게까지 책을 더 읽고 싶었지만
동생들의 부탁을 받고
우리집을 방문한 자매에게 에니어그램 강의를 해 주었다.
한 명이라서 두시간 반만에, 아홉시 반에 마쳤다.
창문마다 벌써 전기불이 꺼져있다. 집안이 고요다.
어두운 곳에서 묵주알을 돌리고 있는지, 명상에 잠겨 있는지, 아니면 곤히 꿈나라로 들고 있는지...
강의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감사기도를 드렸다. 무조건 감사를 드려야할 것 같았다.
건너편 휴게방에서 흐린 빛이 들었다꺼졌다 했고, 가끔씩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밤은 깊어 가면서 고요하고, 창문을 모두 열어놓았으니 아주 작은 소리도 한낮에 주고받는 대화같았다.
누군가 아직 잠못 들고 있나보다.
나도 가서 참견해볼까 하다가 그만 두고, 컴퓨터를 켰다.
뭔가 적어야 할 것 같았다. 블로그를 여는 순간 화면이 나가버렸다.
너무 늦었으니 이제 그만 자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 자자.
실루엣처럼 흔들리는 어둠을 바라보면서 잠을 청했다.
내일은 칡꽃 따기 위해서 답사를 가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