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다섯째날 - 미뤘던 숙제
책을 읽다가 눈이 아프면 잠깐 돗자리 위에 눕는다.
눈을 감고 눈동자를 움직이면서 묵주기도를 한다.
눈이 좀 편안해지면 다시 앉아서 책을 읽는다.
「흑산」을 끝내고 「하늘로 가는 나그네」를 다 읽었다.
25년 전에 '한국천주교회사'를 들을 때 성의없이 대했고,
우리의 무성의한 태도에 몹시 안타까워하던 교수님을 보면서 '가책' 같은 것을 느꼈었다.
(난, 국사공부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이 있고, 그래서 참으로 부끄러운 얘기지만 역사에 무식하다)
그 이후로, 언제든 한번쯤은 '한국천주교회사' 를 성의를 가지고 읽겠노라고 맘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비로소 어제, 오늘 그것을 실천했다.
한 권은 소설이고 다른 한 권은 이야기 형태의 글이지만 둘은 하나로 엮이고 보완하면서
목말라있는 내게 몇모금 목을 축여 주었다.
순교선조들의 신앙을 생각하면
나는 정말 그리스도인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옛 그 모양 그대로 복음을 증거할 수는 없지만
옛 그들의 신앙을 내 삶의 뿌리로 삼고 있는지 자문할 때,
아니올시다,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그들의 신앙에 눈물을 글썽이는만큼 '살아 낼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늘 내 속에 있는 물음이 또 한숨을 쉰다.
** 책을 읽으면서,
먼저, 책을 읽을 때는 기분에 따라 읽고 싶은 책을 마구잡이로 읽다말다 할 것이 아니라,
시대적 배경이 같거나, 다루는 주제가 같거나 하는 등등의 책을 연달아 읽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난 체계가 있어보이지만 허당이라는 것이 또 증명되는 시간이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이런 체계를 따라 읽으니까 가속도가 붙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 한 가지는, 나는 짧은 수필이나 시 종류를 좋아하는데 그건 글자가 적어서이기도 하고 내용이 얼른 끝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설은 길어서 끝까지 읽으려면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에 엄두를 못내는데,
신기한 것은 긴 내용의 책들은 처음에는 지루하지만 읽어갈수록 몰입된다는 것이다.
어쨌든 무엇이든 그렇지만, 책도 제대로 읽어야한다는 것, 제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