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루까 2015. 1. 19. 22:20

지금 내장이 아프다, 쓰리다.

한 번 아팠던 곳은

언제나 저 먼저 아픈가보다.

 

오늘 저녁 공동식탁에 굴이 놓여 있었다.

산지로부터 직송된 것이어서 윤기까지 흐르는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양념장까지 굴의 위상을 높이는 일등공신으로 폼을 내고 있었다. 

 

굴접시가 거의 비어 갈 즈음

몇몇 자매들은 공동식탁을 기웃거리다가 이내 아쉬운 걸음으로 제자리로 돌아갔다.

안 되겠다. 내가 나섰다.

영양실장님께 허리를 굽혀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언질을 드렸다, 자매들이 아쉬워 한다고...

 

나의 강권에 영양실장님, 석연찮은 표정으로 남겨 두었던 굴을 마저 들고 나오셨다.

아마도 내가 식탐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당신의 마음을 접고 내 준 것이 틀림 없을 것이다.

 

"남기면 안 된다!!" 자매들의 주의를 상기시켰다.

나는 이미 충분히 만족한 상태였지만, 나 또한 접시 비우기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로선 과한 양이었다.

하지만 식사를 마친 자매들의 모습은 매우 흡족해 보였다.

 

지금, 나는 내장이 아프다.

이것도 희생이 될 수 있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