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좀 쉬러 갔다가
2014. 1. 4. 주님공현 대축일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지도 못한 채 연락 오기만을 막연히 기다려야 하는 숨막히는 일을 맞으면서
자매는 숨 쉬기가 몹시 거북했는지, 바람 쐬러 가자고 했다.
어디를 갈까...
시간은 넉넉지 않았다.
생각난 곳이 선암 호수공원.
그곳에는 아주 작은 성당과 절과 교회가 있으니, 그 성당에 가서 기도하자고 했다.
생각을 비우고 마음을 가라 앉히는 데, 걷는것이 가장 좋다고 하니 좀 걷기도 할 겸...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모여 있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
가까이 가보니 아래와 같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인공으로 물을 뿌려서 나무들을 얼려버렸고,
고래는(실물이 아니라도) 전구에 칭칭 감겨서 붙잡혀있었다.
인간의 욕심은 자연을 그대로 두질 못하고,
단지 현란한 전구를 보는 즐거움을 위해 '핵'을 안은 채 겁 없이 살고 있다.
(가까이 고리원전이 있고, 밀양의 할매들은 몸에 전선을 감은 채 765KV 송전 실험에 저항하고 있다.)
사람들은 멋지다면서 사진을 찍어댄다.
난 '고발'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었다. 사실 어디 고발할 곳도 없는 현실이면서도...
숨 좀 쉬러 왔다가 가슴이 더 답답해졌다.
착잡한 마음으로 작은 성당을 찾았다.
'성베드로 기도방'이라는 성당은 두명이 들어 앉으면 꽉 차는 좁은 공간이다.
십자고상 앞에 무릎 꿇었다.
어릴 때 들어앉았던 이불장 속 같기도 하고, 다락방 같기도 해서 답답한 심정을 하소연 하며 앉아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제법 기도하러 들르는 모양인지 기웃거렸다.
얼른 성당을 나왔다.
숨 좀 쉬러 다시 집으로 가는 편이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