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기면서/영성

1961년 3월 7일에 - 토마스 머튼의 [시간]

비아루까 2014. 7. 12. 11:01

  1961. 3. 7

글 쓰는 일을 조금씩 줄이다가 결국엔 완전히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쉬운 척하지도 않겠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이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사람으로 서서히 무대 뒤로 사라지고 홀로 고독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려는 나의 결정은 위험하고 제멋대로의 독선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결정은 실행해야 한다. 지금 시작해야 한다. 더 좋아하는 것을 하려고 고집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더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글에서 손을 떼려는 동기가 어려움에 부딪치고 혼돈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내가 작가로서 이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인기를 누리는 작가로서 잊힐 수 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동기는 더 강해지고 순수해질 것이다. 사람들이 가장 최근에 나온 내 책을 읽는다면, 정말 깊이 읽는다면 나의 인기는 확실하게 사라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쓰는 것은 이 일기와 노트에 적는 단상과 시가 되리라. 더 이상 글 쓰는 데 미련을 두지 않으리라.

 

- 토마스 머튼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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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달리 의미 있는  이 날, 토마스 머튼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
나는 머튼과는 견줄 수조차 없지만,

'하느님만을 찾고자'하는 같은 길을 가는 사람으로서 오늘의 '나'를 생각해 본다.

 
나 또한 내 삶에 있어 뭔가는 접고 무엇을 추구해야할지 결정하고 행해야 한다.
나는 '사람 앞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이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고요와 침묵의 숨은 생활을 갈망하기도 한다.


둘은 항시 줄다리기를 한다. 
'내가 원하는 것' 쪽이 우선 앞선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느님께서 내게 원하시는 것'에로 향하기를 원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 고요 속에 자유로워지는 자신을 본다.

머튼의 말대로 "시간이 지나면서 동기는 더 강해지고 순수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