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노래/사랑안에거닐라

잠자는 꽃,수련

비아루까 2014. 7. 5. 22:29

2014. 6. 28. 토

 

분원방문을 갔다. 마당 한켠에 꽃단지가 있었다.  와!! 수련이다!!

사진 찍기를 은근히 좋아하는 자매를 꽃단지 앞에 앉혀놓고 찰칵! 이 순간을 영원히... 

항아리와 수련의 어우러짐에서 우러나는 감동을 분원 자매에게 전했다.

나도 수련을 키우고 싶은 부러운 마음까지도... 

 

 

 

 

어느 날 분원 자매로부터 꽃단지를 만든 분이 수련을 주고자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다행히 내가 찾아가야 할 화훼단지는 우리 집과 멀지 않았다.

후배 세명과 함께 소개받은 야생초 가게를 찾아갔다.

가게 내부에 아기자기하게 줄지어 있는 야생초들을 지나자 커다란 확에 수련들이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었다. 와~~

감탄이 절로 났다. 고르라는 주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색깔별로 한 개씩, 딱 세개(?)만 집어들었다.

 

수련을 심을 단지도 필요했다. 다행히 바로 옆 가게가 화기를 파는 곳이었다.

수련을 심기에 좋은 화기를 물었더니 고무그릇에 심으라고 했다. 어?? 멋 없이??

하지만 꽃가게 주인님도 같은 말을 했다.

수련은 햇빛과 따뜻한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7~8월에 한창 꽃을 피우는데, 

고무그릇이 볕을 받아 따뜻해진 물의 온도를 유지시켜줄 뿐 아니라,

겨울에는 항아리와 달리 깨지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검은색 고무그릇을 하나 사서(가격이 제법 됨) 화분 세 개와 함께 기대에 부풀어 돌아왔다.

 

넷이서 거침 없이

화분으로부터 수련을 흙채 빼내어 고무그릇에 담았다.

공간이 좀 비좁은 것 같았지만 자리를 잡으면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흰꽃은 아직 봉우리이지만, 보라와 진분홍 꽃이 지닌 색깔과 모양의 신비한 아름다움에 마음이 빼앗겨 정신이 없었다.

마음 빼앗긴 건 우리만이 아니다. 지나던 모든 수녀님들이 감탄하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무리 봐도 자리가 비좁아서, 급한대로 스티로폼을 하나를 대령해 흰꽃봉오리를 옮겼다.

수련의 품위가 떨어지는 순간, 누가 봐도 어울리지 않지만 할 수 없었다.

.......

 하지만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 봐도, 이건 아니다.

흰 스티로폼에 덩그러니 담긴 수련이, 조용필님의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 "난 아니야, 꽃이 아니야...♩♪♬" 

그래, 아니다. 다른 수를 써야 한다.

 

 

 

 

 

 

아무래도 뭔가 잘못된 것 같았다.

화기 뿐 아니라, 흙이 떨어져나가 점점 하얀 뿌리를 드러내고 있는 꽃의 처지가 마음에 걸려 인터넷을 찾아 보았다.

아, 결정적인 순간에 맹~한 나의 특기가 또 발휘되고 만 사건이 되었다.

사실, 난 수련이 예쁘다는 데 혹하기만 했지, 정작 수련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정말, '무식이 용기'라는 말이 딱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이었다.

꽃을 다시 화분에 심어야 하고, 세 화분을 각각 분가시켜야 할 것 같았다.

마음이 급했다. 그 밤으로라도 나가서 다시 작업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캄캄한 밤이다....

 

날이 밝자마자 재작업를 했다.

영양실장 어르신께 세세한 상황 설명을 드리고  김장 때 사용하는 귀한(?)  고무다라이를 두 개나 빌렸다.

"어휴~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한담!!! " 하자, 

어르신은 "한 사람이 희생하면 모두가 좋은건데, 왜 그려~?" 하신다.

여간해서는 주방물품을 제 용도 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란 쉽지 않은데,

어르신이 쉽게 내어주실 때 알아봤다, 수녀님도 수련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계시다는 것을...

 

이제 좀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비록 날 것의 고무다리이 속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