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루까 2013. 9. 25. 16:20

아침나절엔 비가 소록소록 내려 처마밑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살아도 살아있지 않은 것 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이들을 봉헌하면서.

 

비 갠 오후에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건물을 지으려다 그만 둔 공터쪽으로 갔다.

거긴, 강아지 보배가 있던 곳이고, 여름 한 더위에 칡꽃을 채취하기 위해 갔던 곳이다.

 

 

꽃은 이미 다 져버렸다. 더 피워서 따려고 남겼던 꽃도 보이지 않았다.

고마움을 전했다. 여름 내내 우리에게 꽃을 주었으니...

때가 되면 '스러지는 것'이 순리라고,

떠나려 하는 것은 보내라고,

아무리 아름다운 추억도, 꽃과 같이 한 때 주어지는 선물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꽃을 떨구어 낸 잎들은 여름 때보다 더 싱싱해 보였다. 

그 잎은, 우리가 줄기는 남기고 꽃잎만 훑었던 데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줄기를 마구 끌어당기고 잘라가면서 꽃을 땄던 곳에서는 잎들이 시들어 죽어있었다.

잘못 건드리면 그렇게 죽는다. 사람도 잘못 건드리면...

 

칡은 다른 나무들의 줄기를 칭칭 감으면서 줄기를 뻗어가기 때문에

칡이 무성할수록 다른 나무들은 숨이 막혀 죽는다.

칡은 다른 나무를 죽이는 '나쁜 것'이라는 생각에

나무들의 숨을 트이게 하려고 일부러 칡줄기를 걷어버리기도 했다.

칡의 꽃은 따서 갖고, 그 줄기는 죽도록 한 것이다.

칡을 걷어내 준 나무는 고마워하겠지만 왠지 칡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저렇게 얽히고 섥히며 살아가는 것이 자연의 순리는 아닐까,

혹, 나의 짧은 생각으로 대자연을 망가뜨리는 것은 아닐까,

마음이 얽히는 듯했다. 내게 이로운 것만 취하고 마구 버리는 자기모순에 빠진 것 같기도 했고...

 

빛과 그림자

더위와 추위

사랑과 미움

상처와 용서

삶과 죽음...

 

이들이 공존하면서 '마지막 점'을 향해 나아가는 것임을 생각하면,

칡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

칡도 삶의 자리(영역)가 있는 것 같은데...

붉고 가지런한 꽃잎을 하늘을 향해 뻗어내면서 진항 향기를 내던 꽃.

내년에 다시 보자...

 

칡꽃 효능

칡꽃(갈화)은 숙취해소에 좋다. 동의보감, 중약대사전에는 주독을 풀고 간을 보호해 준다고 나온다.

갈화에 함유된 로비닌, 이소플라본 등의 성분은 알콜의 분해대사를 촉진하며

숙취작용 및 간기능 보호작용으로 그 약리적 기능이 알려져 있다고 한다.